‘재판 모독’ ‘조회수 장사’ 변호인들에게 칼 빼든 법원

 기피신청 남발하고 법관 고발 겁박
김용현 변호인들 ‘감치’ 재집행 의지
반복 땐 법정모욕 현행범 체포 경고
변협 징계 의견 상충 “숙의 필요해”

편집자주

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법정 소란으로 감치 선고를 받고도 법관을 향한 인신공격을 그치지 않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들에 대해 법원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일선 법관들 사이에선 “법정을 ‘지지층 결집의 장’으로 악용하는 행태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변호사 징계권을 갖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는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진관)는 24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공판에서 “이전 기일에 있었던 감치 결정은 집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서울구치소 측의 수용불가 의견으로 집행이 정지된 이하상·권우현 변호사에 대한 감치 명령 재개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두 변호사는 한 전 총리 사건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의 ‘신뢰 관계인’ 자격으로 동석을 요청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재판부는 15일간 감치를 결정했지만, 서울구치소는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는다”며 이행하지 않았다.

아울러 재판부는 당시 비공개 감치 재판에서 변호인들이 법정 모욕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권모라는 자가 재판부를 향해 ‘해보자는 거냐’ ‘공수처에서 봅시다’라고 한 건 별도 감치 재판이 진행될 것”이라며 “유사 상황 반복 시 법정모욕죄로 현행범 체포해 경찰에 인계하겠다”고 경고했다.

재판부 소송지휘 불응 왜 반복되나

서울중앙지법 전경. 정다빈 기자

서울중앙지법 전경. 정다빈 기자

사실 감치 결정이 내려지고 실제 명령이 집행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해당 재판부도 “실제 잘 적용되지는 않는 제재 조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감치 명령 집행에 재차 강한 의지를 드러낸 걸 두고 법원 내부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사법절차가 본격화된 후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들이 수시로 절차적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재판부의 소송지휘에 불응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로는 ①재판 지연 ②정치적 목적의 충성층 결집 ③재판 중계에 따른 일종의 ‘쇼츠(짧은 동영상) 효과’ 등이 꼽힌다.

실제 김 전 장관 측은 6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추가 기소 사건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한성진)에 배당되자 구속영장 심문을 앞두고 기피신청서를 냈다. 법원은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고 보고 물리쳤지만 심문 당일에만 4차례 더 기피신청했고, 이후에도 관할 이전과 구속취소를 요구하면서 재판이 한 달 반가량 멈췄다. 기존 내란 혐의 1심에도 법관기피를 신청했다.

사법부를 향한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형사합의34부가 특검 요청에 따라 심문 날짜를 지정한 걸 두고 김 전 장관 측은 “특검의 직권남용 범죄에 공모했다”며 법관을 고발하겠다고 겁박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흥분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사태는 “국민들이 법원의 불법에 직접 저항한 국민항쟁사건”이라고 추켜세웠다.

초기만 해도 이 같은 대응은 김 전 장관의 구속기한 만료일까지 재판을 지연시키고자 하는 소송 전술로 비쳤으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지지세력을 향한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법리적 다툼으로 혐의를 벗거나 자백으로 선처를 구하기보다는, 양형의 불리함을 감내하고라도 충성층을 결집해 향후 사면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다.

내란 혐의 사건에서 의무화된 재판 중계가 무도한 언행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한 부장판사는 “영상만 보면 ‘내가 한 소리 했더니 판사가 입을 닫았다’는 그림을 만들기 쉬워 자기 홍보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치소에 구금되지 않고 풀려난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들은 유튜브에 출연해 재판장을 향한 욕설을 쏟아내 논란이 됐는데 한 유튜브 통계 분석 사이트는 이 영상으로 이들이 400여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변호인 조력권 침해” vs “징계 사유”

일각에선 변협이 엄정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변호사 징계규칙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변호사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를 징계사유로 삼고 있다. 조은석 특검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징계 요청 등을 고민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요청 권한이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법정 소란이나 특검을 상대로 한 모욕적 언사 등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해 송부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다만 변협은 김 전 장관에 대한 신뢰 관계인 동석을 법원이 허용하지 않은 걸 계기로 논란이 확산한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칫 변호사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한다. 변협 관계자는 “협회 내부에서도 (법원이 김 전 장관에 대한) 변호인 조력권을 침해했다는 입장과 징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충분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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