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팡’ 조짐에 미국 제재 가능성도…정보 유출 쿠팡의 자업자득

쿠팡 탈퇴, 이커머스 라이벌에 기회
2월 미국 SEC에 “보안 문제 없다”
보안 사고 공시, 위반 땐 과징금 부과

국민연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피해보상 등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들이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피해보상 등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이 자초한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부메랑처럼 쿠팡 자신을 위협하고 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내 쿠팡 독주 체제에 균열을 일으킬 회원 탈퇴 조짐이 가시화된 데다 쿠팡이 상장한 미국에서도 과징금 제재와 집단 소송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 개인정보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생긴 다수의 오픈 채팅방에서 쿠팡을 탈퇴했다는 ‘탈팡’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12개 소비자단체가 모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회원 탈퇴와 불매 운동을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탈팡의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쿠팡은 주문 다음 날 새벽에 집 앞까지 상품을 전달하는 로켓배송을 앞세워 이커머스 시장 선두 자리를 굳혔다. 쿠팡의 영향력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시장까지 미친다. 쿠팡에서 많이 구매할수록 오프라인 업체도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해 쿠팡 매출 41조 원은 대형마트 3사인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실적을 더한 37조 원보다도 많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탈팡이 확산하면 네이버, 지마켓, 11번가, 컬리 등 이커머스 라이벌들은 쿠팡을 뒤쫓을 기회가 생긴다. 이런 업체들도 CJ대한통운 등 택배회사와 협력해 쿠팡 로켓배송에 맞서는 빠른 배송 시스템을 갖춘 상태다.

정보 유출 터지자 주가 5% 하락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현안 질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를 받으며 눈가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관련 현안 질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를 받으며 눈가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탈팡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을 대신할 선택지가 눈에 띄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쿠팡을 포함한 이커머스 시장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 정보 보안 소홀에 따른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조치를 내릴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본사가 있고,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활동 중인 미국에서 제재를 받으면 주가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쿠팡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일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중대한 사이버 보안 사고를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4영업일 내에 관련 보고서를 공시하도록 규정했는데, 쿠팡은 아직까지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4영업일은 한참 지났다. 이는 SEC가 쿠팡 조사에 착수하고 과징금까지 부과할 수 있는 사안이다.

쿠팡이 올해 2월 SEC에 “보안 위협이 사업 전략이나 재무 상황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표기한 공시도 도마에 올랐다. 개인정보 유출로 이 공시가 허위였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서다. 쿠팡 주가가 급락하면 미국에서 소송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이미 쿠팡은 2021년 3월 상장 이후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한인 투자자 등으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한 전례가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전해진 1일 미국 증시에서 쿠팡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5.36% 떨어졌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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