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여야에 전방위 줄대기…정치인 7명 ‘VIP 선물’ 명단 관리

대선 직전 “신세지게 해 놨다”…”펜스 정도 붙여줘야”
통일교, 정치권에 전방위 접촉 정황…VIP 리스트 관리도
민중기 특검팀 “특검 수사 대상 아냐…다른 기관 인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22년 2월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그니엘서울호텔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22년 2월 13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그니엘서울호텔에서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지난 20대 대선 직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작성한 ‘VIP 선물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스트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와 현 정부 장관급 인사 등 당시 여권의 핵심 인물은 물론 이른바 ‘윤 핵관’이라 불리던 야권 인사까지, 정치인 7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정치권에 접촉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건희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과 아내 재정국장 이모씨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컴퓨터에 저장된 ‘VIP 선물’이라고 적힌 리스트를 발견했다. 리스트는 대선에 임박한 2022년 1월 22일 생성됐으며,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권 인사 7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다만 이들 통일교의 VIP 선물 리스트가 통상적인 주요 인물 관리 차원이었는지, 대가성 정황인지에 대해선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선물을 받은 한 인사는 본보와 통화에서 “당시 몇 차례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면서 윤 전 본부장과 연이 생겼고, 이후 홍삼 등 통상적인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다른 장관급 인사도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참석한 회의에 토론으로 참석한 것 말고는 통일교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통일교가 당시 보낸 선물은 명절 선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특검팀은 이들 리스트와 통화 녹취록 등을 근거로 윤 전 본부장이 20대 대선 전 전략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이들을 관리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통일교로서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면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 재정 지원과 교인 동원을 미끼로 여야 후보 측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통일교의 이 같은 접촉 흔적은 특검팀이 확보한 윤 전 본부장의 통화 녹취 등에도 다수 등장한다. 윤 전 본부장이 여야 정치인들의 이름을 다수 거론하며 ‘어프로치(접근)했다’ ‘브릿지(연결)해준다’는 반복되는 표현 등이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전 부회장 이모씨와의 통화에서도 “Y(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쪽은 신세를 지게 해놓고 그래도 어프로치 꽤 돼 있으니까” “펜스(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 정도는 붙여줘야 저쪽에서 신세를 졌다고 생각을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2022년 2월 13일 서울 소재 호텔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과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회담하고 있다. 당시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영호씨의 측근 서모씨가 통역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2년 2월 13일 서울 소재 호텔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당시 대선 후보)과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회담하고 있다. 당시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영호씨의 측근 서모씨가 통역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 전 본부장 아내 이씨가 지난해 12월 한학자 총재 전 비서실장 정원주씨에게 보낸 메시지도 비슷하다. 그는 “윤 본부장은 000 청와대 비서실장과 감사, 000 장관, 이재명 대표의 멘토 000 장관까지 연을 만들었고, 보수는 000의원, 000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들과 연을 만들었다”며 “진보와 보수 모두 기반을 닦았다”는 취지로 편지를 보냈다. 거론되는 인사들은 아직 특검팀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9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휠체어를 탄 채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시몬 기자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9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휠체어를 탄 채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시몬 기자

특검팀은 결국 윤 전 본부장이 한학자 총재의 결정에 따라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을 선택, 대선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 지지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실제 2022년 1월 5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1억 원을 준 배경에 대해 “통일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고, 통일교가 주최하는 평화 서밋에 당시 윤 후보가 참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의미였다”는 취지로 특검팀에 진술했다.

통일교는 당시 행사에 펜스 전 부통령을 섭외하면서 기존 사례비 50만 달러(약 7억 원)에 더해 30만 달러(약 4억 원)를 추가로 지급하고, 전용기 대여비 등까지 부담했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참석하지 않았고, 펜스 전 부통령 측의 요청에 따라 이 후보측 관계자를 만나 정책 브리핑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날 ‘통일교 측에서 여권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대상이 아니다”라면서 다른 수사기관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브리핑에서 “올해 8월쯤 윤 전 본부장 구속기소 이후 변호인 참여하에 법정에서 한 진술과 관련해 (내용을) 청취하고 내사(입건 전 조사) 사건 번호를 부여받아 사건기록으로 만들었다”며 “그 진술 내용이 인적, 물적, 시간적으로 볼 때 명백히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고설명했다. 이어 “특정 정당과 관련해 의도적으로 수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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