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네타냐후와 연쇄 회동… 얽히는 두 전쟁
워싱턴=권경성 특파원 외 1명
둘 다 이례적 비공개… 내용도 ‘함구’
러行 이란 배 공격으로 우크라 참전
카스피해 교역 방해 땐 美지원 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미 워싱턴 대성당에서 열린 린지 그레이엄 미 연방 상원의원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차례로 만났다. 러시아와 장기전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이란의 러시아행(行) 군수품 보급선을 최근 직접 때리며 두 전쟁이 서로 얽히는 듯한 양상을 띠는 상황에서다.
“긍정적 회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비공개로 회동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뒤 엑스(X)를 통해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생산 허가와 종전 협상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8일 젤렌스키에게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생산 면허를 주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역시 비공개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네타냐후 총리는 린지 그레이엄 미국 연방 상원의원 장례식에 참석하기 전 촬영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훌륭한 회담을 마쳤다. 오늘 만남은 역대 최고의 회담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회담 내용을 함구했다.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은 “두 회담 모두 긍정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간단히 밝혔다.
뒤바뀐 처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제공한 사진이다. UPI 연합뉴스
전쟁 당사국 정상들인 젤렌스키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둘 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과 협상에서 모두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 개인은 무인기(드론)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국방장관을 해임했다가 역풍에 직면했다. 10월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이 지속되는 게 유리하다고 믿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출구를 찾는 중이다. 2월 말 대이란 전쟁 발발 뒤 반년이 다 돼서야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전시 첫 백악관 대면을 겨우 성사시켰다.
두 정상의 처지 변화는 정반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말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을 때 카메라 앞에서 노골적으로 불화를 드러냈다. 그러나 요즘 들어 강한 호감을 표현 중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승자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전황이 유리하게 바뀌자 젤렌스키 대통령을 우호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외교적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전 과오를 가리는 수단으로서의 활용 가치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이가 나빠졌다. 개전 당시만 해도 긴밀하게 공조했던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에서 발을 빼려 하면서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특히 이란이 종전 조건으로 제시한 레바논 내 휴전에 이스라엘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두 정상 간 불화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악의 삼각축”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 미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공보실이 공개한 사진이다. AFP 연합뉴스
다만 최근 형세는 세 정상을 한배로 몰아넣고 있다. 그간 우크라이나와 이란 간 대립은 간접적이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에 드론을 공급해 온 이란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의 보복 위협에 직면한 걸프(페르시아만) 국가들에 전쟁 중 습득한 방공 노하우를 제공하는 정도로 대응을 제한했다.
그러다 25일 우크라이나는 카스피해에서 이란 드론을 러시아로 수송하는 데 사용되는 선박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전에 발을 담근 것이다. WSJ는 카스피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이란 간 연결 고리를 차단할 기회를 얻게 된다며 우크라이나의 공습이 계속될 경우 제재 대상인 러시아·이란의 경제적 생명줄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격을 계기로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적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더 긴밀한 군사 협력이 필요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잇따라 회담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이후 열린 그레이엄 의원 장례식을 계기로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대화했다. 두 정상의 직접 대면은 2023년 9월 이후 근 3년 만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젤렌스키 대통령을 싸잡아 “악의 삼각축”이라고 비난했다.
- 워싱턴=권경성 특파원ficciones@hankookilbo.com
- 곽주현 기자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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