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평화협정 줄줄이 파열음… 평화상 욕심에 ‘억지 휴전’ 강요

태국·캄보디아 교전 재개, 중재 가능성 일축
르완다·민주콩고도 하루 만에 무력 충돌
가자 휴전은 국경선 문제 이슈로 부상

전쟁으로 집을 잃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8일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파괴된 건물 옆을 지나고 있다. 가자시타=EPA 연합뉴스

전쟁으로 집을 잃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8일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파괴된 건물 옆을 지나고 있다. 가자시타=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추진한 평화협정들이 줄줄이 어긋나고 있다. 르완다와 민주콩고의 평화협정은 하루 만에 깨졌고, 태국과 캄보디아도 무력 충돌을 재개했다. 가자 휴전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휴전협상은 교착 중이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 등 자신의 치적을 위해 무리하게 협상을 강요한 부작용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평화 분야에서 주장한 의심스러운 외교성과들이 하나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하게 진행한 평화협정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수포로 돌아가고 있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0개월동안 8개의 분쟁을 해결했다고 주장한다. 8개의 분쟁은 △가자전쟁 △태국·캄보디아 충돌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분쟁 △르완다·민주콩고 평화협정 △카슈미르 휴전 △이스라엘·이란 분쟁 △이집트·에티오피아 분쟁 △세르비아·코소보 분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태국·캄보디아 무력 충돌 재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성과가 ‘일시적 평화’에 불과하다는 징조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8개 분쟁 중 하나인 태국과 캄보디는 지난 7일부터 무력충돌이 다시 시작됐다. 국경 지대인 캄보디아 프레아 비헤아르주(州)에서 중화기와 F-16 전투기까지 동원한 교전을 벌이는 중이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그어진 국경선으로 100년 넘게 분쟁을 벌여 왔다. 지난 7월에도 닷새간 이어진 국지전으로 48명이 숨지고 30만 명 넘게 대피했다.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가까스로 휴전협정을 체결했지만 이번 충돌로 인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더 이상 협상은 없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양자 문제”라며 제3국 중재 가능성을 일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FIFA 평화상을 받은 후 직접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초대 FIFA 평화상을 수여하면서 세계 평화와 통합을 증진한 공로로 평화상을 수여한다라고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식에서 FIFA 평화상을 받은 후 직접 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초대 FIFA 평화상을 수여하면서 세계 평화와 통합을 증진한 공로로 평화상을 수여한다라고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축구연맹(FIFA) 평화상’ 수상 전날인 4일 급조된 민주콩고와 르완다의 평화협정은 사실상 하루 만에 깨졌다. 르완다 지원을 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민주콩고 내 투치족 반군 M23이 5일 남키부주에서 정부군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분쟁은 30년 넘게 이어져 왔다. 1994년 르완다에서 투치족 대학살에 가담한 후투족 일부가 민주콩고로 도망치자, 민주콩고 내부의 투치족은 이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며 반군을 조직했다. 민주콩고와 국제사회는 반군의 뒷배가 르완다라고 의심하지만, 르완다는 이를 부인한다.

그나마 가자 휴전은 깨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지만 국경선 문제가 부상했다. 7일 에알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옐로라인이 새로운 국경선”이라고 말했다. 옐로라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한 휴전 1단계에서 제시된 개념으로, 가자지구 내부에서 이스라엘이 철군하는 선을 말한다.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경계 중간에 있다.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두 국가 해법에 따르면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국가의 영토가 돼야 하는데, 이스라엘이 그 일부를 점령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2단계 휴전에서 논의될 하마스 무장해제 방안도 골칫거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 영토 문제로 교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은 영토 문제로 인한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 런던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과 협의해 수정 종전안을 마련했다. 총 20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나 영토 포기와 관련된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수정 종전안을 미국에 공유할 방침이다.

영토 문제의 핵심 쟁점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를 완전히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 역시 비슷한 입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현재 돈바스의 30%를 자국이 점유하고 있는 만큼, 적어도 이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에서 영토 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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