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태어난 美 명물 거북 ‘그래마’, 141살로 안락사

1884년 갈라파고스섬에서 출생 추정
미 샌디에이고 동물원서 100년 보내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최고령 동물인 갈라파고스땅거북 그래마가 지난해 10월 30일 식사를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 연합 제공·AP 연합뉴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최고령 동물인 갈라파고스땅거북 그래마가 지난해 10월 30일 식사를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 연합 제공·AP 연합뉴스

19세기에 태어난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최고령 명물 거북이’가 141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고, 20명 이상의 미국 대통령 임기를 지켜본 장수 거북이었다. 격동의 20세기를 관통한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갈라파고스땅거북 ‘그래마’가 고령에 따른 뼈 질환을 심하게 앓은 끝에 결국 안락사 조치됐다고 밝혔다. 동물원은 “그래마는 야생동물 관리 전문가 가족들이 곁을 지키는 가운데 숨졌다”고 덧붙였다.

그래마는 1884년 갈라파고스섬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미국 대통령은 체스터 A. 아서(제21대 대통령)였으며,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제47대 대통령이다. 1923년 개장한 샌디에이고 동물원보다도 한참 먼저 세상의 빛을 본 셈이다.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1809~1882)이 1835년 갈라파고스를 방문했을 당시, 그래마의 부모 세대에 해당하는 거북들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갈라파고스섬에서 미국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으로 옮겨진 그래마는 40살을 넘긴 1928년, 샌디에이고 동물원으로 향했다. 이후 100년 가까이 이곳에서 지내다 숨을 거뒀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최고령 동물이었으며, 다정하고 수줍음 많은 성격 덕분에 이곳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름인 그래마(Gramma)도 ‘할머니’를 친근하게 이르는 영여 표현이다.

연구에 따르면 갈라파고스땅거북의 장수 비결은 노화에 따라 축적되는 독성 물질을 생리적으로 정화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앞서 호주 퀸즐랜드 남동부 동물원에서 갈라파고스땅거북 ‘해리엇’이 2006년 176살로 사망한 기록도 있다. 갈라파고스섬에서 확인된 갈라파고스땅거북은 총 15종인데, 이 중 3종은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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