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마주 앉은 中·필리핀 외교장관… 남중국해 충돌 놓고 공방
베이징=이혜미 특파원
왕이 “역외 국가 기대 도발하면 쓰라린 결과”
라사로 “中 해양 활동, 필리핀 국민 안전 위협”
‘곤봉 충돌’ 책임 떠넘기며 갈등 격화

5월 21일 남중국해 분쟁 수역인 스플래틀리 군도 내 샌디 케이 암초(중국명 톄셴자오) 인근에서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왼쪽)이 필리핀 수산청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필리핀 수산청은 이튿날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이 연구용 모래를 채취하던 필리핀 정부 선박을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국 해경국은 “필리핀 공무선이 불법 상륙했다”고 반박했다. AFP 연합뉴스
중국과 필리핀의 외교수장이 2년 만에 대면 회담을 열었지만 남중국해 충돌 책임을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23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장관은 전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났다. 양국 외교 수장이 마주 앉은 것은 202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왕 부장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에 위치한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에서 20일 벌어진 사건과 관련해 필리핀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앞서 20일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서는 양국 선박과 병력이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필리핀은 중국 해경 대원들이 나무 곤봉으로 자국 해군 병사들을 공격해 다치게 했다고 주장한 반면, 중국은 필리핀 측이 먼저 자국 순찰정에 위험하게 접근해 충돌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은 한층 격화하고 있다.
왕 부장은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방임하고 해상 갈등을 고의로 확대하면 남에게 이용당하는 도구로 전락할 뿐”이라며 “역외 국가에 기대 도발을 일삼는다면 결국 스스로 빚은 쓰라린 결과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왕 부장은 이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2016년 국제중재 판정에 대해서는 “역외 세력의 부추김으로 급조한 임시 중재재판소가 만들어낸 불법·무효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중국과 필리핀 관계가 갈림길에 섰다”며 필리핀에 해상 도발 중단을 요구했다.
라사로 장관은 중국의 해양 활동이 필리핀인과 어민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맞섰다. 필리핀 외교부에 따르면, 라사로 장관은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필리핀의 일관되고 원칙적인 입장을 전달했고, 필리핀인과 어민의 안전에 영향을 주는 사건을 포함해 중국의 해양 권리 침해 행동에 우려를 표했다. 또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필리핀인을 원숭이로 묘사한 영상에는 “매우 모욕적이고 용납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 베이징=이혜미 특파원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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