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 계엄 때 삭제된 기사 352개, 어떻게 입수했나

[계엄과 검열] ① 46년 만의 보도
계엄 456일…군부 검열로 삭제된 기사 단독 입수
‘언론 검열 연구자’ 이민규 교수가 보관해온 자료
‘국민 여론 자극’ ‘군 사기 저하’ 등이 검열 기준
15개월간 전체 기사의 9.7%가 검열 삭제당해

편집자주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포고령 제3항은 권력이 언론을 암전한 45여년 전의 악몽을 떠오르게 했다. 역사는 돌고 돌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격언을 상기시킨다. 독재 권력이 등장할 때, 가장 먼저 장악하려는 것이 언론이며 언론인은 독재자의 탄압과 가해를 가장 혹독히 겪는 직업군이다. 한국일보는 12·3 불법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1980년 전후 권력이 지운 400개의 기사를 발굴해 뒤늦게 독자들께 배달하면서, 비록 기사를 신문에 싣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취재하고 처절하게 맞섰던 당시 본보 기자들의 증언을 모으고 기록했다.

전두환의 신군부가 비상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다음 날인 1980년 5월 18일, 시민들이 관련 소식을 실은 한국일보 1면을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두환의 신군부가 비상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다음 날인 1980년 5월 18일, 시민들이 관련 소식을 실은 한국일보 1면을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는 1979년 10월 27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부터 1981년 1월 24일 계엄 해제 때까지 456일간 군부 검열에 의해 삭제당한 본보의 기사 원고 352건(요약 문건 포함)을 단독 입수했다. 10·26 사건 이후 계엄사령부는 ‘사회 혼란’ 등을 막겠다는 취지로 언론검열단을 구성해 매일 기사를 사전 검열했다. 국내 언론사 중 계엄 당시 삭제 기사 전체를 입수해 심층 분석, 보도하는 건 한국일보가 처음이다.

본보가 입수한 기사들은 한국언론학회장 등을 지낸 이민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부친인 고 이병찬 예비역 대령으로부터 받아 보관해온 언론 검열 자료 중 일부다. 이 대령은 10‧27 비상계엄하에서 언론검열단장을 맡았다. 다만, 당시 검열의 실권은 보안사령부에서 파견된 전두환의 ‘심복’인 이상재 언론대책반장(12·14대 국회의원)에게 있었다. 이 교수는 “아버지가 비록 직업과 신분상 언론 검열을 드러내놓고 반대하지는 못했지만 진실된 역사는 반드시 기록되고 복원돼야 한다는 소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군부가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일 현장을 취재한 한국일보 기사를 검열, 삭제 조치하며 남긴 문서 내용 일부. 검열 삭제(관제) 이유로 '미발표 사항' '국민 여론 자극 및 동요 방지'를 들었다. 유대근 기자

군부가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일 현장을 취재한 한국일보 기사를 검열, 삭제 조치하며 남긴 문서 내용 일부. 검열 삭제(관제) 이유로 ‘미발표 사항’ ‘국민 여론 자극 및 동요 방지’를 들었다. 유대근 기자

주로 위관급 장교였던 검열관들은 상부의 지침에 따라 기사 초안을 꼼꼼히 읽으며 ‘문제 기사’를 가려냈다. 검열 기준은 매우 폭넓고 추상적이었다. 세부 검열 지침은 8개가 있었는데 △발표문 이외 게재 금지 △비상계엄과 관련해 목적을 부당하게 왜곡·비방·선동하는 내용 △국민 여론·감정을 자극하는 내용 △치안 확보에 해로운 사항 △군 사기를 저하하는 내용 △군 기밀 △공식 발표하지 않은 모든 계엄사무 △기타 국가이익에 반하는 사항 등이었다. 검열 대상은 대한민국에서 발간되는 모든 인쇄 출판물이었다. 전국 종합지(한국일보 등), 지역지, 경제지 등 특수신문, 잡지, 통신, 방송, 대학 학보, 외신 등이 포함됐다.

검열에 걸린 기사는 전면 삭제와 부분 삭제, 수정, 보류 등으로 분류됐다. 비상계엄 기간인 15개월 동안 전면 또는 부분 삭제된 기사는 2만7,058건이었다. 전체 검열 기사(27만7,906건) 중 9.7%가 제대로 보도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윤석열 비상계엄 ‘성공’했다면? SNS 검열 가능성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 만약 ‘성공’했다면 1979~1981년 상황이 다시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발표된 포고령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2항)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3항)고 명시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던 2017년 초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 문건. 유언비어 차단을 위해 SNS를 검열하겠다는 내용(붉은 박스 친 부분) 등이 담겼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던 2017년 초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대비 문건. 유언비어 차단을 위해 SNS를 검열하겠다는 내용(붉은 박스 친 부분) 등이 담겼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윤 전 대통령 측의 계엄 세부 계획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2017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 때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계엄 세부 계획 문건 등을 참고했다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검열했을 가능성이 있다. 당시 문건에는 2016년 7월 터키 군부 쿠데타 때 계엄군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접속을 차단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방송통신위원회에 민관군 합동으로 ‘인터넷 유언비어 대응반’을 설치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계획이 담겼다. 또 유언비어 등을 유포하는 인터넷 포털과 SNS 계정은 계엄법에 따라 계정 폐지 조치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유대근 기자 dynam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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