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엔 대신 500원 내고 갔다”… 일본 자영업자들 ‘울상’
“500원은 53엔 정도 가치…10배 손해”
크기·무게 비슷… 분간 어려운 점 악용
한국인 소행?… “일본인도 그러더라”

일본의 500엔과 한국의 500원 동전. 크기와 모양이 흡사하다. FNN 뉴스 화면 캡처
일본에서 한국의 500원짜리 동전을 마치 ‘500엔(약 4,680원) 동전’인 것처럼 속여 결제하는 꼼수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화폐의 크기나 모양이 비슷한 반면, 가치는 거의 10배 차이가 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의 소행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게 일본 언론의 진단이다. 일본 영세 자영업자들은 막대한 금전 피해에 속앓이만 하고 있다.
20일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에 따르면 ‘500엔과 500원 동전 혼입’ 사례는 일본 각지의 소규모 상점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두 동전을 언뜻 봐서는 분간이 힘들다는 데 있다. 일단 지름이 26.5㎜로 동일하고, 디자인도 유사하다. 무게도 각각 0.6g에 불과해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문제는 한화 500원의 가치가 일본에선 겨우 53엔이라는 사실이다. 속임수 결제든 오인 결제든, 일본 상인으로선 거의 10배의 손해를 보게 된다는 얘기다.
도쿄 신주쿠의 우동전문점 ‘이요지’를 운영하는 이토 다카시(69)는 FNN 인터뷰에서 “두 동전의 크기와 무게가 거의 같아 가려내기 쉽지 않다. 지난 10년간 약 15차례 비슷한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이토는 “주방에선 손님의 동작을 볼 수 없고, 바쁜 점심 시간에는 빠르게 돈을 놓고 가는 손님을 확인하기 어렵다. 눈이 좋지 않아서 (500원 동전을) 두고 가면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이 그랬던 것 같은데 실수라고 생각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후쿠시마현의 한 라멘 식당 주인 A씨도 동일한 피해를 호소했다. A씨는 “(500원 동전을 낸 사람을) 확인해 보니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이었다”며 “(아무래도) 상습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주유소, 목욕탕, 편의점 등에서도 유사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FNN은 전했다.
이 같은 피해는 지난해에도 일본 언론에 소개돼 논란이 됐다. 작년 10월 TV아사히는 도쿄의 공중목욕탕에서 한 고객이 한국 동전 500원을 ‘입장료 500엔’으로 지불한 사례를 보도했다.
일본에서 500엔 동전 대신 500원 동전을 몰래 사용하다 적발되면 처벌을 당할 수도 있다. 고의로 상점에 건네다가 걸리면 사기죄, 자판기 등 기계에 쓰면 절도죄가 각각 성립한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