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디스패처-경찰 간 교신 내용 공개돼야
빅토리아 이 피격사건 쟁점별 사건의 재구성
방패나 테이저건 사용안한 이유 등 철저한 조사 이뤄져야
“딸 아이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최초 911신고부터 총을 맞고 병원에 후송된 모든 상황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뉴저지 포트리 아파트에서 경찰 총격으로 숨진 한인 여성 빅토리아 이씨의 가족이 2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요구다. 이씨의 가족은 정신건강 문제로 도움이 필요했던 젊은 여성을 경찰은 무슨 이유로 범죄자 취급하며 무분별하게 과잉대응 했는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씨 가족이 인터뷰에서 밝힌 증언을 바탕으로 이씨 사건을 쟁점별로 재구성했다.
■911 디스패처는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에 어떤 내용을 전했나= 지난 16일 뉴저지주검찰은 지난달 28일 사건 당일 당시에 이씨 오빠가 911에 신고한 전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씨 오빠는 오전 1시10분께 여동생이 정신건강 문제가 있어 병원에 가야한다며 앰뷸런스를 요청했다. 하지만 얼마후 다시 911에 전화해 구급차 요청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디스패처가 정신건강 관련 신고는 취소가 안된다며 취소하려는 이유를 물었고 이 과정에서 이씨 오빠가 여동생이 칼을 들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에 디스패처는 이씨가 칼을 들고 있는 것인지 휘두르고 있는 지를 물었고, 오빠는 단지 들고만 있고 공격적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씨 가족은 “911신고 당시 심각한 상황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없다. 그럼에도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가족이 기다려달라는 무시한 채 무작정 현관문을 부쉈다”며 “당시 출동 경찰들이 상황파악 과정조차 없이 성급히 무장진압에 나섰다는 점에서 디스패처가 경찰에 어떤 내용을 전했는지가 드러나야 한다. 하지만 디스패처와 경찰간 교신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안해하는 이씨를 왜 진정시키려 하지 않았나= 이씨는 정신건강 문제로 병원에 가야했던 조울증 환자였지만, 경찰은 이씨를 범죄자 취급하며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경찰의 과잉 대응이 이씨의 불안과 공포를 더욱 자극했고,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다는 것이 가족의 입장이다. 더욱이 경찰 무력사용 지침에도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당시 경찰들은 아파트 내부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진입과 제압 방법만을 짧게 논의했다. 그 결과 진입을 결정하는 논의부터 현관문을 부수고 총격을 가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33초에 불과했다.
경찰은 문 밖으로 나온 이씨의 오빠에게도 아파트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묻지도 않았다. 특히 출동 경찰 가운데는 한인 경찰이 있었음에도 오빠나 아파트 내부에 있던 어머니 등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던 점에 대한 의문이 큰 상태다.
■왜 방패나 테이저건이 아닌 살상용 총기를 사용했나= 강제로 현관문을 부순 경찰은 곧바로 권총 꺼내들어 주저없이 발포했다. 하지만 이 경찰 옆에는 대형 방패를 쥐고 있던 경찰이, 뒤에는 테이저건을 들고 있던 경찰도 있었다. 바디캠에 따르면 총격을 가한 경찰은 이씨가 생수통을 들고 있었던 오른편에 있었고, 반대편 왼쪽에 방패를 든 경찰이 있었다. 이씨가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점과 오른손에 들고 있던 생수통이 위험한 도구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반대편에 있던 방패를 든 경찰이 먼저 이씨를 제압하려는 시도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경찰들은 강제로 문을 부순 후 이씨와 마주하기 전까지 그녀가 손에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을 실제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문이 강제로 열리고 총격이 이뤄질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2초 정도로 경찰이 무기소지를 식별한 뒤 총격을 가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강하게 제기된다. 경찰은 총을 맞고 이씨가 쓰러지자 “칼은 어디있냐”며 이씨 몸을 뒤지며 찾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구급 의료요원은 왜 현장에 없었나= 애초부터 가족들은 이씨가 병원에 가야 한다며 구급차를 불렀음에도 총격이 이뤄진 이후까지 구급 의료요원이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바디캠 영상에서 확인된다. 하지만 구급 요원과 앰뷸런스는 어디에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사건 발생 3주가 되도록 공개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