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거리서 눈도 안 마주친 중·일 총리… 갈등 장기화 불가피

 G20 회의서 다카이치·리창 대면 불발
다카이치 “리창 총리와 말할 기회 없어”
발언 철회 요구 中, 경제 보복 확대 우려
日방위장관, 갈등에도 대만 부대 방문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위해 줄을 선 모습. 다카이치 사나에(맨 앞줄 왼쪽 다섯 번째) 일본 총리와 리창(앞줄 오른쪽 첫번째)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날 눈을 피하며 서로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요하네스버그=로이터 연합뉴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 촬영을 위해 줄을 선 모습. 다카이치 사나에(맨 앞줄 왼쪽 다섯 번째) 일본 총리와 리창(앞줄 오른쪽 첫번째)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날 눈을 피하며 서로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요하네스버그=로이터 연합뉴

이달 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후 중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는 가운데, 일본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은 물론 대면조차 피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중국은 연말이나 내년 초 일본서 열릴 예정이던 한중일 정상회의도 불참을 통보했다.

24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전날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대화할 기회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전략적 호혜 관계를 추구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한다는 기본 방침은 총리 취임 이후 일관돼 왔으며, 대화의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케이는 G20 행사 첫날인 22일(현지시간) 정상들의 단체 사진 촬영 당시 중국과 일본 정상이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서로 접촉을 피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당시 다카이치 총리와 리 총리는 약 2m 거리에서 눈이 잠시 마주쳤으나, 리 총리가 곧바로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두 정상은 다른 정상들과는 환하게 악수하고 담소를 나누면서도 상대에게는 가벼운 인사조차 나누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은 최근 노골적 비난과 경제 보복을 차례로 내놓으며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 여행과 유학 자제령에 이어 2년 만에 최근 재개된 일본산 수산물 수입도 다시 중단했다. 중국과 대화하려는 일본과 달리 중국 측은 비공식 접촉도 거절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하지만 중국의 보복 조치가 희토류 통제 등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점이 일본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했다. 이미 관광산업에선 중국인들의 대규모 예약 취소 등 피해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중국의 발언 철회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결국 내년 1월 한중일 정상회의도 무산됐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일한(한중일) 3국은 제10차 중일한 정상회의 회기에 관한 합의를 전혀 이루지 못했다”고 답하며, 관련 보도를 공식 확인했다. 마오 대변인은 “최근 일본 지도자가 대만 문제에 관해 공공연하게 잘못된 발언을 발표해 중일한 협력의 기초와 분위기를 훼손했다”며 일본 측에 책임을 돌렸다.

중·일 갈등 속, 日방위장관 대만 인접 기지 방문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장관.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장관.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양국 간 군사적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중국군이 이날까지 연일 서해상 곳곳에서 사격 훈련 등 군사 훈련을 이어간 가운데,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장관은 23일 일본 최남단으로 대만에 인접한 요나구니 섬을 방문해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고이즈미 장관은 이날 요나구니 섬의 육상자위대 기지를 방문해 미사일 배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사일이 “우리나라가 공격받을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착실하게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키나와현의 요나구니 섬은 대만에서 불과 약 110km 떨어진 지역이다. 일본은 내년 요나구니 섬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중거리 지대공미사일도 배치할 계획이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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