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준금리 0.75%로 인상… “30년 만에 ‘0.5%의 벽’ 넘었다”

일본은행, 정책금리 0.5%→0.75%로
트럼프 관세 조치 영향 적다고 판단
엔저 고물가 압박도 고려… “경계감 커”
“금융 완화 정도 조정” 추가 인상 시사

하나은행 직원이 19일 서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엔화를 펼쳐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하나은행 직원이 19일 서울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엔화를 펼쳐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단기 정책금리를 0.75%로 인상하며 1995년 이후 30년 만에 ‘0.5%의 벽’을 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우려한 것보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판단해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엔저(엔화 약세)에 따른 고물가 압박도 고려됐다.

일본은행은 19일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5% 정도’에서 ‘0.75% 정도’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정책위원 9명 전원이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새 정책금리는 오는 22일부터 적용된다.

일본 정책금리는 1995년 9월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일본은행은 1995년 1.75%였던 정책금리를 그해 4월 1.0%로, 9월에는 0.5%까지 내렸다.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고도 불리는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 탓에 30년 동안 한 번도 정책금리가 0.5%를 넘은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0.5%의 벽’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경제가 30년에 걸쳐 마침내 0.5%의 벽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마초 통제 재분류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마초 통제 재분류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일본은행은 2016년 시행했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지난해 3월 종료하며 ‘금리 있는 세계’로 전환했다. 이후 4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올렸고, 반년 만인 지난 1월에 다시 0.5%로 인상했다. 그러나 정책금리 오름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라는 변수를 만나며 주춤했다. 일본은행은 기업이 수익 악화로 임금을 낮추는 상황이 올 것을 우려해 이후 6차례 연속으로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관세 정책의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책금리 추가 인상 재개’ 시점이 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꾸준히 2%대를 넘고 있고, 기업들이 큰 폭의 임금 인상률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닛케이는 이날 “(일본은행은) 미국 관세 정책의 악영향이 예상보다 경미해 물가 안정 목표 실현에 대한 확신이 높아지면서 ‘이차원(異次元) 완화’에서 탈피해 금융 정상화를 진전시킨 것”이라고 짚었다. 이차원 완화는 일본이 2013년부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자 실시한 ‘차원이 다른 완화적 금융 정책’이라는 뜻으로,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함께 무제한 국채 매입 등을 시행했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으로 고물가 현상이 이어진 것도 판단의 배경이 됐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1일 “미국·유럽에서 경험했듯 (고물가에) 정책금리를 4~5%까지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며 “(그럴 경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인상 시기를 더 늦출 경우 인플레이션이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여러 위원이 엔저가 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NHK방송은 “최근 엔화 약세 흐름이 수입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경계감이 작용했다”고 짚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9일 도쿄 일본은행 청사에서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책금리 인상 결정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9일 도쿄 일본은행 청사에서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책금리 인상 결정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정책금리 1.0% 시대’로 옮겨가게 됐다. 일본은행은 정책금리 인상 결정 성명에서 “정책금리 변경 이후에도 실질금리는 큰 폭의 마이너스를 유지하며 완화적인 금융 환경은 지속된다”며 “경제·물가 상황의 개선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추가로 올리겠다고 한 것인데, 일각에선 2026년 말 정책금리가 1.0%를 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닛케이는 “이전에 제시한 전망과 같은 표현을 반복해 사용했다”며 “금리 인상 지속 기조를 고수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 우에다 총재는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계속해서 금융 완화의 정도를 조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정책금리 인상 영향으로 이날 일본의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채권시장에서 한때 2.005%까지 상승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2%대로 올라선 건 2006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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