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차관, 한국 ‘허위조작정보근절법’ 공개 비판 “검열 우려”

미국 빅테크 업체들 ‘부담’ 의식한 듯
향후 통상 마찰로 번질 가능성도

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이 30일 엑스에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문제 삼으며 올린 글. 엑스 캡처

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이 30일 엑스에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문제 삼으며 올린 글. 엑스 캡처

미국 국무부 차관이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 “검열이 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우려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다른 나라의 내정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미국 빅테크 플랫폼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사라 로저스 미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은 3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겉으로는 명예훼손성 딥페이크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디지털 기술 협력을 위협한다”고 썼다. 이어 “딥페이크는 당연히 우려되지만, 규제 당국에 검열 권한을 부여하는 것보다 피해자에게 민사적 구제책을 제공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언론사나 유튜버 등이 고의로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피해를 줄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치인·권력자를 향한 언론 감시를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위헌 논란’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의결해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로저스 차관은 구글, 메타, 엑스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피해를 볼 여지를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법 개정안은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에게 허위·조작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자율적 규제 정책을 마련하라고 규정했는데,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부담을 느낄 만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향후 한미 통상 마찰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19일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국 정부에 디지털 규제를 추진할 경우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23일 미국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제정을 주도한 인사 5명의 입국을 금지했다. DSA는 정보통신망법의 모델이 된 법안이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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