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개월 만의 러시아 진출 세미나… 유럽항로·중동석유 대안 찾는 기업들
박민식 기자
무역협회·한러대화, 23일 무역센터서
‘러시아 시장 진출 세미나’ 공동 개최
2020년 11월 이후 5년 5개월 만
미국·이란 전쟁 후 러시아 전략적 가치↑
자원 공급 다각화·물류망 중장기 대안

러시아 서부 타타르스탄에서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타트네프트사가 원유를 시추하고 있다. 타타르스탄=타스 연합뉴스
한국무역협회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기업 대상 러시아 시장 진출 세미나를 연다. 무려 65개월 만이다. 종전 이후 국내 기업의 재진출에 대비하는 한편 미국·이란 전쟁으로 중요성이 재확인된 자원 공급망 다변화와 물류망 확보 측면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가치가 커져서다.
14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무역협회와 한러대화는 이달 23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2026 러시아 시장 진출 세미나’를 공동 개최한다. 제재로 닫혀 있던 러시아 시장의 변화와 국내 기업의 진출 환경을 점검하고, 통상·경제 전문가들이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세미나다.

2010년 8월 29일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총리가 아무르주 스코보로디노에서 열린 러시아~중국 송유관 개통식에 참석해 파이프의 밸브를 열어보고 있다. 동시베리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태평양 연안까지 운송하는 이 송유관 건설에 중국이 참여해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연 1,500만톤의 원유를 공급받게 됐다. 스코보로디노(러시아)=로이터 연합뉴스
무역협회가 러시아 진출 세미나를 여는 건 코로나19 때인 2020년 11월(러시아 등 신북방지역 비즈니스 및 마케팅 성공전략 세미나)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러시아는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대기업이 진출해 시장점유율 1, 2위를 다퉜던 매우 중요한 시장이었으나 전쟁 발발 이후 우리 정부도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국내 기업들 대부분 현지 사업을 중단하거나 최소한의 조직만 남겨둔 채 관망해왔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움직이기는 어려워도 민간 차원의 시장 진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지난해 말부터 한러대화와 논의해 준비했다”며 “현재 70여 개 기업(150명)이 참석 의사를 밝혔고, 신청 마감일(17일)을 고려하면 100개 안팎(200명)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러대화는 외교부가 승인한 사단법인으로, 양국의 민관·산업·학계·언론 분야의 저명인사로 구성됐다.

국회
최근 미국·이란 전쟁으로 중동 자원 의존과 물류 불안이 우리 경제를 직격하며 러시아는 중장기적 대안 중 하나로 떠올랐다. 전쟁이 마무리되고 제재가 풀린다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에서 원유·나프타·액화천연가스(LNG) 등을 들여올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러시아산 원유를 2021년 5,375만 배럴 수입했고, 2022년에는 경제 제재 전까지 2,098만 배럴 들여왔다. 국내 기업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알맞은 설비를 갖추게 된다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첫 전체회의에서 박원주 성장경제분과장은 단기 대책으로 러시아·이란산 원유 및 LNG 확보를 제안하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22년 경제 제재 전까지 러시아산 원유는 극동지역에서 유조선에 실어 4, 5일이면 국내에 도착했다”며 “3주가량 소요되는 중동보다 시간 단축이 가능하고, 호르무즈해협도 거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ESPO 1·2)은 러시아 이르쿠츠크주 타이셰트부터 연해주 코즈미노항(블라디보스토크 인근) 및 중국 모허현까지 연결해 원유를 극동지역까지 보낼 수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유럽행 뱃길도 중동 정세가 불안해질 때마다 위험해지는 홍해(바브엘만데브해협~수에즈운하) 대신 러시아 영해를 거치는 북극항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지난해 7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여름(7~10월)에 부산항을 출발한 7만8,000톤급 선박이 로테르담(네덜란드)까지 가려면 북극항로가 약 1만3,000㎞로 20~24일 걸려 수에즈운하(2만400㎞, 30~34일)와 희망봉(2만4,000㎞, 36~40일) 항로 대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1회 운항 비용도 북극항로는 300만 달러로 추산돼 수에즈운하(383만 달러)와 희망봉(417만 달러)보다 경제적이었다. 다만 동절기 운항 시에는 고등급 쇄빙선 이용 등의 비용이 추가돼 385만 달러였는데,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 더 저렴해질 수 있다.
이 같은 러시아를 둘러싼 대외 환경 변화와 시의성을 고려해 세미나에서는 ‘중동지역 군사 충돌과 러우 전쟁 종전 협상 속 신질서 전망'(이대식 러시아인앤아웃 대표), ‘호르무즈 위기와 북극항로 진출 전략'(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등의 발표도 진행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9월에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며 “상업화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업들도 북극항로 동향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 박민식 기자bemyself@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