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타바이러스 발생 크루즈선 승객들 귀국행… WHO ‘능동감시’ 권고

WHO 사무총장, 현장 감독 나서
“코로나와는 달라” 주민 달래기
한타바이러스, 국제 백신·치료제 개발 아직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혼디우스’호가 10일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가장 큰 섬인 테네리페의 그라나디야데아보나 항구에 도착했다. 테네리페=AFP연합뉴스

한타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승객 3명이 숨진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혼디우스’호가 10일(현지시간)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에 도착했다. 선박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항구에 직접 접안하지 않고 카나리아제도의 가장 큰 섬인 테네리페의 앞바다에 정박했다. 승객들은 영국과 프랑스 등 본국에서 보낸 전용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생한 한타바이러스는 폐와 심장을 침범하는 폐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고, 호흡 부전으로 빠르게 악화할 수 있어 치명률이 최대 50%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크루즈선 내 모든 승객을 ‘고위험 접촉자’로 분류하고, 42일간 능동감시를 권고했다. 능동감시는 감염병을 확진받지 않았지만, 감염 우려가 있어 관할 보건소에 하루 두 번 연락해 발열과 호흡기 증상 여부를 확인받는 모니터링 방식을 뜻한다.

해상 정박 중인 MV혼디우스호…”전용기 등 통해 본국 송환 예정”

WHO 등에 따르면 MV 혼디우스호는 이날 이른 새벽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의 그라나디야데아보나 항구에 도착해 승객들의 하선을 개시했다. 선사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에 따르면, 혼디우스호에는 현재 선박 내 승객 88명과 승무원 59명, 카보베르데 인근에서 진료를 위해 승선한 의료진 4명을 포함해 총 151명이 타고 있다.

승객들은 해상에서 작은 보트를 이용해 주민들과 격리된 항구로 이동한 뒤, 증상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받고 본국 송환 항공편이 마련되는 대로 귀국할 예정이다. 전날 페르난도 그란데말라스키 스페인 내무장관은 “벨기에·영국·프랑스·독일·아일랜드·네덜란드·미국 등이 자국민 승객 이송을 위해 전용기를 보낼 예정”이라며 “유럽연합(EU)도 추가 항공기 2대를 지원해 유럽 승객들을 이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증상자들은 별도 항공편으로 네덜란드로 이송돼 치료를 받게 된다. 모든 승객이 하선하면 크루즈선은 방역을 위해 네덜란드로 이동한다. 현재 선내에는 한타바이러스로 사망한 시신 한 구가 보관돼 있다.

WHO 사무총장 “한타바이러스, 위험 낮은 수준”…백신 개발은 ‘아직’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카나리아제도를 직접 방문해 현장 대응에 나섰다. 그는 이날 공개서한을 통해 카나리아제도 주민들에게 “한타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다르다”며 “테네리페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여러분에게 닥칠 위험은 낮다. 이것이 WHO의 평가이며, 결코 가볍게 내린 결론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현지 주민들의 불안을 달래고 나선 것이다. WHO에 따르면 코로나19와 달리 전염성이 강하지 않으며, 사람 간 매우 밀접한 접촉을 통해서만 전파될 수 있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삼엄한 경비 속 밀폐된 차량과 차단된 통로를 통해 승객들은 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타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큰 이유는 백신과 치료제의 부재에 있다. 일반적으로 백신 허가에는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통해 실제 감염 예방을 입증해야 하는데, 한타바이러스에서 사람 간 감염이 가능한 ‘안데스 변종바이러스’는 감염자 자체가 그동안 드물었고, 발생지역도 제한적이어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사브라 클레인 교수는 NBC뉴스에 “자금 지원 기관들은 이 바이러스가 다음 팬데믹을 유발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백신 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한타바이러스는 한 번 발생하면 매우 공포스럽고 큰 혼란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네이처지에 따르면 미국 육군감염병연구소(USAMRIID) 연구팀은 한타바이러스의 안데스 변종 DNA 백신의 임상 1상 시험을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임상 3상까지 가려면 추가 재원이 필요해 상용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VIC-K)도 2023년 9월부터 미국 모더나와 mRNA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 공동개발에 나섰지만, 2025년 2월 동물실험에서 예방 효과를 확인한 후 임상시약 GMP(우수의약품) 생산에 추가 재원이 필요해 1년 이상 인체 임상시험이 보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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