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코앞까지 철책 세운 北… 국방부·유엔사 ‘상반된 해석’ 왜?

구현모 기자

유엔사는 정전협정 안정적 관리
국방부는 안보 우려 불식에 방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이 5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한·미 6·25전사자 유해 상호봉환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철책 작업을 두고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DMZ를 관할하는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이라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국방부는 “위법 행위”라며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북한군의 DMZ 철책 작업에 대해 “정부는 상당히 문제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명백히 정전협정에 따라 설치된 완충지대를 무법화하는 위법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전날에도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일대 장애물 설치는 명백한 정전 협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말한 ‘장애물’ 설치는 북한이 2024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뒤 진행해 온 ‘국경선화’, ‘요새화’ 작업의 일환이다. 북한은 MDL 이북 지역에서 △불모지 작업 △전술도로 조성 △지뢰 매설 △철책 설치를 진행 중인데, 이 중 불모지 작업은 전 전선에 걸쳐 대부분 완료했다. 철책도 3분의 1가량 설치한 상태이며 일부는 MDL과 이격거리가 80m밖에 되지 않는다.

정전협정 상 남북 간엔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DMZ는 충돌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로 설정돼 있다. 국방부가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배경에는 DMZ가 요새화할 경우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유엔사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유엔사는 전날 “DMZ 내 활동은 전체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며 “건설 행위 및 진지 구축, 방어 행위 또는 관련 인력의 존재만으로도 정전협정 위반이 자동으로 성립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DMZ에 장애물 등을 설치했어도 방어적 조치이고 MDL 침범이 아니라면 협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이클 보잭 전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부비서장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유엔사에서 일하는 동안 북한군의 경계선 강화 활동이 적대적이라는 증거는 보지 못했다”면서 북한군의 활동은 건설 및 유지 보수 행위로 간주된다는 입장을 폈다.

양측 간 상반된 입장을 두고 국방부는 안보 불안 불식에, 유엔사는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에 각각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유엔사는 북한이 유엔사의 지위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정전체제가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기 때문에 중립적이고 원칙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국방부는 북한군의 행위가 당장 방어적 조치라도 향후 군사 도발이나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해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에 목소리를 낸 것은 유엔사에 명확한 입장을 촉구한 차원이란 해석도 있다. 한 군 소식통은 “DMZ 내 작업으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고착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유엔사에 역할을 해달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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