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원화 계좌 열고 삼전닉스 투자…MSCI 편입 걸림돌 없앤다

세종=안하늘 기자

재경부, ‘원화 국제화 로드맵’ 발표
해외 현지 은행에서 원화 계좌 개설
6일부터는 24시간 자유롭게 환전
현지 통화 직거래 체계 확대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달러·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내년부터 외국인 투자자는 평소 이용하는 해외 은행에서 원화 계좌를 개설해 24시간 언제든 원화로 환전한 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식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해외 투자자의 국내 자본시장 접근성을 대폭 높여 최근 불발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 현지서 원화 계좌 개설

재정경제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의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원화 국제화란 외국인이 해외에서 원화를 조달하거나 활용하는 데 제약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에서도 원화 거래와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려면 반드시 국내 외국환은행에 계좌를 개설해야 해 번거로움이 컸다. 더구나 지난달까지 외환시장도 24시간 운영되지 않아 해외 투자자가 한국의 주간 거래시간에 맞춰 환전해야 하는 제약도 있었다.

이형렬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외환시장을 방어적으로 운영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경제 규모에 걸맞게 원화를 국제화하는 방향으로 외환정책을 전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6일부터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을 시작한 데 이어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해외 현지 은행 계좌를 통해 원화를 자유롭게 송금하거나 대출받는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우선 당국은 일정 요건을 갖춘 해외 소재 금융기관을 원화 예금·대출· 송금 업무를 수행하는 ‘역외 원화 결제기관’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가령 미국 은행 JP모건이 역외 원화 결제기관으로 지정되면 JP모건 고객은 미국 현지에서 원화 계좌를 개설하는 등 각종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경부는 이를 위해 외환 법령상 자본거래 사전신고를 면제하고 은행의 거래 확인 의무를 완화하는 등 각종 규제를 풀어줄 방침이다.

원화로 수출입 대금 치르는 직거래 체계 확대

이와 함께 외환당국은 우리 기업이 영미권 이외 국가와 거래할 때 수출입 대금을 여러 차례 환전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현지 통화 직거래 체계’를 확대한다. 달러를 거치지 않고 양국 통화로 수출입 대금을 직접 결제하는 방식으로, 현재는 인도네시아와 이 같은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또 국가 간 QR결제 연동을 추진해 양국 국민이 상대국 방문 시 달러 환전 없이 자국에서 사용하던 모바일 결제 앱으로 즉시 결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한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달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 대상국 등재에 실패했다. MSCI는 원화의 역외 결제 불가와 야간 외환시장 유동성 부족 등을 주요 걸림돌로 지적했다.

다만 원화가 해외 시장에 완전히 개방되는 만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국은 시장 모니터링을 고도화하는 한편 역외원화결제망 참가 기관에 대한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 국장은 “외국인들이 원화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싶어도 미국 달러와 자유롭게 교환할 수 없다면 원화를 보유할 이유가 없다”면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관리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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