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화 국면에서 첫 선제적 미군 공습… 협상 우위 전략?
김현빈 기자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 피해는 없는 듯
미군-사우디군, 이라크 내 친이란 단체 공습
“확전 두렵지 않다는 메시지일 수도”

24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친정부 시위 중 한 소년이 이동형 탄도미사일 위에 앉아 있다. 테헤란=UPI 연합뉴스
이란이 28일(현지시간) 중동 내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같은 날 미국도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라크 내 이란 지원 단체를 공격했다. 양측 공방의 선후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피습 후 보복’이라는 지금까지의 패턴과 달리 이란의 선제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이란 전쟁의 새 국면이 펼쳐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은 공방 사실을 각각 밝혔다. 먼저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엑스(X)를 통해 “미 동부시간 오늘 오후 5시 45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란에서 중동의 미군 기지를 기습 공격하려 다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히고, 이 탄도미사일을 모두 요격했다고 덧붙였다. 미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공격받은 곳은 요르단 소재 기지라고 전했다.
미 “미군기지 습격” 이란 “미군의 공격적 행동에 대응”
미 중부사령부는 약 2시간 뒤 또다시 X를 통해 미군이 사우디아라비아군과 함께 이라크에서 IRGC의 지시를 받아 미군과 사우디 에너지 시설을 공격한 “이란 연계 테러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정밀 타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미국과 사우디 전투기들은 지난 72시간 동안 IRGC가 지시한 30건 이상의 드론 공격에 대한 강력한 대응 조처로 이라크 동부에 걸쳐 있는 여러 테러 조직 병참 및 무기 기지를 타격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공격 사실을 인정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IRGC는 성명을 통해 “미군의 공격적 행동에 대응해 여러 발의 탄도미사일로 요르단에 주둔한 미 공군기지와 중앙지휘소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군의 ‘공격적 행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습과 미국·사우디의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정밀 타격 중 어느 공격이 먼저 일어났는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일각에선 이란의 선제공격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미 당국자는 AP통신에 미국과 사우디군이 공습을 감행하기 전 이란이 먼저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21일 USS 조지 H.W. 부시 항공모함의 비행갑판에서 미 해군 병사가 F/A-18E 슈퍼 호넷 전투기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방어적 보복 전략 벗어나… 전쟁·협상서 주도권
사실 이날 이란의 공습은 미국의 공격으로 자국 내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첫 공습이었다. 이란이 그동안 유지해온 ‘방어적 보복’이라는 전략적 틀에서 벗어난 것은 이란이 전쟁 주도권을 쥐는 쪽으로 기조 변화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선임 연구원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X에 “이란은 미국을 공격함으로써 주도권을 잡고 미국과의 전쟁을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의 이란 전문가 하미드레자 아지지도 X에 “이란이 미국의 선제공격 없이 처음 공격을 개시한 사례”라며 “이란 군사 전략이 변했을 가능성과 이란이 확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김현빈 기자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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