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도 놀란 ‘호프’ 음문석… “기묘한 하관, 내가 봐도 이상해”

남보라 기자

[‘호프’ 신스틸러 배우 음문석 인터뷰]
‘호프’서 비극의 씨앗 뿌린 목수 양배 역
떨리는 안면 근육, 의뭉스런 눈빛 연기 호평
긴장감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상대 쥐락펴락

영화 ‘호프’에서 외계인과 마을 주민 간의 사투를 촉발시킨 동네 목수 양배(음문석).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호프’가 개봉한 15일,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여한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나홍진 감독에게 물었다. “그 배우 어떻게 캐스팅하신 겁니까. 얼굴 자체가 외계인보다 더 외계인 같고, 구강과 하관의 움직임이 너무 기묘하고 놀라워요.”

봉 감독이 놀란 ‘그 배우’는 ‘호프’에서 목수 양배 역을 맡은 음문석(44)이다. 관객 360만 명을 돌파한 SF 액션 ‘호프’는 관객 반응이 ‘명작’과 ‘졸작’으로 극명하게 갈리지만, 음문석의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이견이 없다. 은은한 광기와 음산함을 뿜어내며 의뭉스럽게 상대의 신경을 긁는 그의 연기에 일관된 찬사가 쏟아진다. 음문석을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시골마을에 나타난 외계인과 마을 주민들의 사투를 다룬 영화 ‘호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안면 근육의 비밀은 ‘치아’

음문석이 연기한 양배는 외딴집에 사는 목수다. 외계인과 인간 사이의 사투를 촉발하는 인물이다. 그의 마당엔 속옷만 걸친 여성 형상의 마네킹들과 박제된 동물들이 널려 있고, 어두컴컴한 작업실엔 무슨 이유인지 대형 냉동실이 있다. 외계인이 초토화시킨 읍내보다 더 무섭고 긴장되는 공간이다. 게다가 충청도 사투리를 쓰며 입을 열 때마다 하관을 떠는 기이한 표정, 텅 빈 듯 음산한 양배의 눈동자는 불길함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양배는 음문석이 지금까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난해했다. 나 감독이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지만 절대 악’이라고 설명한 양배는 여러 색깔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어 해석이 쉽지 않았다. 음문석은 “‘양배는 사회적, 도덕적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로 가자’고 방향을 잡았다”며 “마당 마네킹이나 작업실 등이 양배에겐 장난감이고 놀이터일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한 달 전부터 특수 제작된 착색 치아를 끼고 발음 훈련을 했고, 안면 근육을 활용해 정확한 발음을 내려 노력했다. 봉 감독이 칭찬한 ‘리듬감 있는 안면 근육 움직임’은 그렇게 탄생했다. 또 특수 치아 탓에 침이 말라 촬영 중 윗입술이 자꾸 말려 올라가자 일부러 혀로 치아를 훑었는데, 나 감독이 이를 포착해 강조하면서 양배의 기괴함이 더욱 짙어졌다. 개봉 직전 VIP 시사회에서 ‘호프’를 처음 본 그는 “(양배는) 내가 봐도 이상하더라”며 웃었다.

‘호프’를 본 관객들이 “알고 봐도 음문석처럼 안 보인다”, “양배 말고 (분장 안 한) 음문석을 보면 어색하다”고 할 만큼 강렬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가 파출소장 범석(황정민)에게 자신이 외계인을 잡았다고 주장하며 “우리 집에 있대니께유”라고 한 말은 밈(온라인 유행어)이 됐다. 그야말로 대세가 된 그는 “내 연기가 너무 과대평가돼 있어서 불안하다”며 “너무 업되거나 다운되지 말고 중간을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춤, 노래, 영화연출도…”나의 동반자”

드라마 ‘열혈사제'(2019)에서 단발머리 깡패 장룡을 맡으며 배우로 얼굴을 알린 음문석. SBS 제공

음문석은 2005년 가수로 데뷔해 예명 SIC로 활동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엠넷 ‘댄싱9’(2013)에서 뛰어난 댄스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절친한 동료인 가수 황치열의 콘서트 무대에 서기도 했던 그는 “노래와 춤은 나의 영원한 동반자”라며 “영감을 주고 지칠 땐 나를 지탱해준다”고 말했다. 인터뷰 시작 전 그는 기자들 앞에서 잠시 춤을 추며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연출한 단편영화 ‘미행’으로 2017년 프랑스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감독이기도 하다. 올 초에도 자신이 쓴 각본으로 단편영화 한 편을 찍었고, 내년 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한창 편집 중이다.

2005년부터 드라마 단역으로 출연한 그는 드라마 ‘열혈사제’(2019)의 단발머리 깡패 장룡 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단발머리를 흔들며 등장해 특유의 스텝과 찰진 추임새로 웃음을 안기며 그해 SBS 신인상을 받았다. 이후 영화 ‘범죄도시2’(2022) ‘나혼자 프린스’(2025) 등에 출연했다. 내년 초에는 첫 주연 영화 ‘칸타르’가 개봉할 예정이다.

그는 “연기를 정말 오래 하고 싶다”며 “관객들이 ‘음문석 나오는데 보러 가자’고 말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배우 음문석. 고스트 스튜디오 제공

#드라마#연기#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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