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조선소 유치 무산…뉴저지 폴스보로, 대규모 제조업 기회 놓쳤나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 필라델피아 연합뉴스
홀트 로지스틱스, 임대권 이전 반대하며 소송…한화는 미 남부 지역으로 투자처 검토
한화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미 해군 함정 건조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추진했던 뉴저지주 폴스보로 항만시설 진출 계획이 항만 운영업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한화는 사우스필라델피아의 기존 110에이커 규모 조선소만으로는 향후 해군 계약과 생산 확대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델라웨어강 건너 약 4마일 떨어진 폴스보로의 대형 제조시설을 추가 부지로 검토했다.
한화 측은 폴스보로 시설을 활용하면 적자를 기록해 온 조선소를 흑자로 전환하고, 최대 1,000명의 노조 소속 용접공과 금속 관련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시설은 독일 파이프 제조업체 EEW가 해상풍력 발전용 대형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사용했던 곳이다. 그러나 덴마크 에너지기업 오르스테드가 비용 상승을 이유로 2023년 뉴저지 해상풍력 사업을 취소하면서 시설 활용도가 크게 떨어졌다.
EEW는 새로운 임차인을 찾는 과정에서 200건이 넘는 문의를 받았고, 지난해 12월 한화와 임대권 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폴스보로 항만 운영권을 가진 홀트 로지스틱스가 승인을 거부하면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홀트는 EEW가 후속 임차인을 독자적으로 선정할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한화는 정치권과 지역 관계자들의 중재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지난 3월 계약을 철회했다.
한화는 현재 미국 내 다른 부지를 찾고 있다고만 밝혔으며, 구체적인 후보 지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인콰이어러는 미국 남부 여러 주가 한화가 미국 조선업에 약속한 50억 달러 규모 투자 중 상당 부분을 유치하기 위해 제안서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주·지역 정치권도 한화 유치 지지
한화의 폴스보로 진출 계획은 연방정부와 뉴저지주, 지역 정치권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2026회계연도 미군 예산안에는 미국 조선 산업의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과거 해상풍력 설비 제작에 사용됐던 시설에서 철강 제조를 지원하기 위한 1억1,000만 달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항만 운영권을 가진 홀트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지원과 정치적 지지에도 사업은 성사되지 못했다.
폴스보로 시장 존 지오반니티는 현재 항구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하루 평균 50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한화가 들어왔다면 지역에 대규모 제조업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5억 달러 이상 투자했지만 일자리 창출은 미흡
뉴저지주는 2010년대 초부터 폴스보로 부두와 고속도로 연결도로, 항만 기반시설 건설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당시 주 정부와 지방정부는 석유산업 쇠퇴로 사라진 지역 일자리를 대체하고, 항만과 제조업 분야에서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항만이 본격적으로 운영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당초 약속됐던 대규모 일자리는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스보로는 항만시설을 홀트 로지스틱스에 재임대하고 있다. 홀트는 지난해 해당 시설 사용료로 약 160만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보도됐다.
세금 자료에 따르면 폴스보로 항구는 지난해 약 25만 톤의 화물을 처리했다. 이는 사우스저지 항만공사 전체 물동량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제조업 일자리”와 “컨테이너 항만” 놓고 충돌
이번 갈등의 핵심은 폴스보로 항만의 장기적 용도를 둘러싼 시각 차이다.
홀트 로지스틱스는 해당 부지를 현대적인 해양터미널로 발전시키고 컨테이너와 벌크화물 처리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당초 재개발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레오 홀트 사장은 인콰이어러에 “한화나 조선업은 원래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조선업 유치보다 항만 물류 기능 강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지역 정치인들과 폴스보로 관계자들은 주 정부가 막대한 공공자금을 투자한 목적은 단순한 컨테이너 보관장이 아니라 고임금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스티브 스위니 전 뉴저지주 상원의장과 지역 관계자들은 자동화된 장비로 컨테이너를 쌓는 물류시설보다 조선과 철강 제조를 통해 지역 주민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것이 공공투자의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폴스보로 재정에도 타격
한화의 진출 무산은 폴스보로 지방정부의 재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오반니티 시장은 EEW와 관련 업체들이 운영 기간 세금 대신 연간 약 75만 달러를 납부했지만, 사업 중단으로 자치구 예산에 같은 규모의 부족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폴스보로의 전체 연간 예산은 약 1,300만 달러다.
EEW 관계자는 폴스보로 시설이 조선업을 비롯해 심해항이 필요한 제조업에 적합하며, 계약만 체결되면 곧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준비된 부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홀트가 항만 물동량과 시설 사용을 사실상 통제하는 상황에서 한화가 더 이상 협상에 시간을 쓰지 않기로 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사우스저지 지역 관계자들은 한화 유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화가 다른 주와 협상을 본격화할 경우 뉴저지가 대규모 조선업 투자와 수백 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