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가 호재로 둔갑… 장밋빛 리포트 믿은 개미만 독박
전유진 기자
ADR 상장, 인적분할은 모두 호재?
주가는 달랐다… 하이닉스 28%↓
10대 증권사 매도 의견 0.1% 불과
“기업 법적 대응 감수해야” 고충도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증권사 리포트에서 ‘악재’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매도 의견을 내기 어려운 업계 관행 속에서 장밋빛 전망만 쏟아내는 사이 투자자들만 주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 당시(218만 원)보다 27.7% 떨어진 157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압도적인 재평가가 기대된다”며 내놓은 낙관론과 엇갈린 흐름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주가 희석을 감수한 ADR 발행은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가 급증할 때마다 고점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이제 파티가 끝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뒤늦게 전했다.
인적분할을 단행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도 증권가 진단과 엇박자를 냈다. 지난해 말 주요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200만~230만 원 수준으로 높였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해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며 인적분할을 호재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날 주가는 인적분할 후 변경상장된 지난해 11월 24일(178만9,000원) 대비 17.5% 내린 147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증권가 낙관과 달리 신규 공장 증설 지연과 수주 둔화 우려가 성장 기대를 끌어내렸다.
악재 사라진 리포트… 증시 중계 전락

그래픽=강준구 기자
리포트에서 위험 신호는 완전히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키움·NH투자·삼성·KB·신한투자·메리츠·대신·하나증권)가 발간한 리포트 중 매도 의견 비중은 0.1%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매수와 중립(보유) 의견은 각각 89.8%, 10.1%에 달했다.
비판이 사라진 증시 분석은 결국 실시간 중계로 전락했다. 대신증권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1만1,500포인트(p)에서 9,300p로 19.1% 낮췄다. 개별 종목도 마찬가지다. 메리츠증권은 5월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70만 원에서 102만 원, 160만 원, 190만 원으로 세 차례 상향했다. 6월에도 210만 원, 240만 원, 280만 원으로 세 차례 올려잡은 뒤 7월엔 300만 원까지 전망했다. 그러나 삼성전기 주가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31일 목표주가를 30% 하향 조정한 210만 원으로 끌어내렸다.
증권사와 기업 간 이해관계가 매수 일색 관행 배경으로 지목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속 증권사 수익에 기여하고 기관투자자·상장기업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동기가 강할수록 낙관적 편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공개(IPO), 회사채 발행 등 업무를 맡는 증권사가 고객인 기업 입장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장에서도 구조적 한계를 토로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 간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매도 의견을 내는 건 쉽지 않다”며 “한창 잘 나가고 있는 대형주에 찬물을 끼얹으면 여론 비판은 물론 심할 경우 해당 기업의 법적 대응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적극 매수에서 매수로 낮추거나 리포트 논조가 신중해졌을 때를 암묵적 매도 의견으로 해석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애널리스트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수익 기여도보다 제공 정보의 정확성, 객관성, 유용성에 연동된 평가·보상 체계를 도입하고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전유진 기자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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