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방어전, UAE도 돌아온다… 후티 선 넘자 뭉치는 수니파

권경성 기자 외 1명

종파 위기감이 이란전 균열 봉합
개입 꺼리던 이집트도 참전 채비
시아파 맹주 이란은 배후설 부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지난달 29일 칼리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앞줄 오른쪽) 사우디 국방장관이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 겸 부총리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지난달 29일 칼리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앞줄 오른쪽) 사우디 국방장관이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 겸 부총리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슬람 시아파 예멘 반군 후티가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까지 노리는 등 종파 분쟁의 선을 넘자 수니파 국가들이 사우디 방어를 위해 결집하고 있다. 2월 말 미국·이란 전쟁 발발 뒤 아랍권의 소극적 대(對)이란 대응에 불만을 품고 진영을 이탈한 아랍에미리트(UAE)까지 돌아오는 분위기다.

메카까지 노린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UAE가 친(親)이란 반군 후티의 공세에 대응해 예멘 내전에 다시 개입하기로 사우디와 합의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예멘 남부 ‘자이언츠 여단’ 등 일부 친정부 반(反)후티 세력 대상 자금 지원을 UAE가 재개하고 사우디는 공중 엄호를 돕기로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수니파로 종파가 같은 데다 아라비아 반도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에 함께 소속돼 있기도 하지만, 줄곧 사우디와 UAE는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 사우디의 걸프 ‘맏형’ 노릇을 UAE가 탐탁지 않게 여겼고, 내전 중인 예멘에서도 사우디는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예멘 정부를, UAE는 예멘 남부 분리주의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를 각각 지원하며 갈등을 빚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사우디가 예멘에서 UAE산 무기 운송 차량을 폭격하고, UAE를 ‘국가안보위협’ 세력이라 비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정적으로 양국 간 틈을 벌린 사건은 이란전이다. 미국의 공습을 받은 이란은 애먼 주변 걸프 친미 국가들에 보복을 가했다. UAE가 대표적 피해국이었다. 같은 이슬람권인데도 이스라엘보다 더 큰 이란의 안보 위협에 직면했다. 이란이 걸프국들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까지 단행하자 UAE가 GCC 차원의 공동 군사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형제국’들을 설득했지만, 이란 눈치를 본 사우디와 카타르 등은 공조를 거부했다.

UAE가 독자 행보에 착수한 것은 이때부터다. 5월 1일부로 사우디 주도 석유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했고, 형제국 대신 그들이 적대시하는 이스라엘과의 밀착을 추진했다. 결별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였다.

이런 균열을 봉합한 것은 종파적 위기감이었다. 사우디 석유 수출 요충지인 홍해 남쪽 입구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장악, 10년 넘게 수니파인 예멘 정부 편에서 내전에 개입해 자신들을 봉쇄해 온 사우디를 당혹스럽게 만든 후티는 이달 들어 공격 범위를 사우디 심장부까지 확장했다. 반격에서 공세로 태세를 전환하며 사우디의 에너지 시설뿐만 아니라 수도 리야드 국제공항 등 민간 기반시설(인프라)까지 겨냥해 무인기(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에 지난 주말 리야드에서 최소 13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은신 중인 후티 지도자는 가장 신성한 이슬람 도시인 메카를 지킬 자격이 친미 국가 사우디에는 없다고 일갈했다. 아라비아 반도 전체 지배 야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3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자신과 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3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자신과 회담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간 직접 개입을 꺼려 온 이집트도 사우디 방어전 참전 채비에 나섰다. 이집트도 수니파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17일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사우디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지원 요청이 있을 경우 즉각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이집트 하원은 엘시시 대통령 요청에 따라 대사우디 군사 지원 권한 위임을 위한 긴급 회의를 연다고 이집트 국영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UAE와 이집트가 사우디를 도울 경우 승산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사우디가 공군, UAE가 해안 지상군(자이언츠 여단), 이집트가 해상을 각각 맡아 후티를 압박하고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탈환하는 작전 구도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부지리 이스라엘

후티 편에는 시아파 맹주 이란이 있다. 1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후티가 사우디와 예멘 내 사우디 동맹 세력을 공격할 때 이란이 표적 선정과 정보 제공 등으로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국방정보기관 이란 담당 부서장을 지낸 대니 시트리노비치는 WSJ에 “후티의 성공이 사우디에 타격을 주고 유가를 끌어올리는 만큼 양측에는 공통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우디 공격은 후티의 독자적 결정이라는 게 이란 입장이다. 16일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취재진에 이란이 후티의 사우디 공격을 부추겼다는 사우디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7일 이슬람협력기구(OIC) 연설에서 사우디와 후티 간 갈등은 정치로 풀어야 한다며 자국의 양측 간 중재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이슬람 종파 간 분쟁은 이스라엘에 기회다. 사우디와의 수교는 아랍권 수니파 국가들과 이스라엘 간 국교 정상화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공들인 아브라함협정의 화룡점정이다. 실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사우디의 후티 공습을 돕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UAE#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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