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학교건물 진입 안 한 부보안관 무죄” 시끌
파크랜드 더글러스고 총기 난사 17명 희생
밸런타인데이였던 2018년 2월 14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인근 파크랜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 학교 수업이 한창이던 오후 2시 30분 학교 건물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평소 대피훈련을 받은 대로 학생과 교사들은 복도에 나와 천천히 움직였다.
하지만 총성이 울리기 시작하면서 학교는 아비규환이 됐다. AR-15 반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이 학교 퇴학생 니콜라스 크루즈(당시 19세)가 1층 교실과 복도에서 총을 난사했고, 이어 건물 3층으로 올라가 학생과 교사에게 총을 쐈다.
그가 140발을 난사한 6분 30초 동안 학생 14명을 비롯해 모두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크루즈에게는 지난해 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선고됐다.
크루즈의 총격이 근본 문제였으나 당국의 대응도 논란이 됐다. 사건 발생 1년 4개월 뒤 학교 관할 보안관 사무실 소속 부보안관 스콧 피터슨(당시 56세)이 과실치사, 아동방임 등 11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총격 신고 후 2분 만에 건물에 도착했던 그가 범인 제압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피터슨을 ‘겁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피터슨이 지난달 29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AP통신, CNN 등이 보도했다. 미국에서 경찰과 보안관 등 법 집행기관이 교내 총격 사건에서 제대로 된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는데 배심원들이 무죄를 평결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플로리다 검찰은 피터슨이 더글러스고 출입문에 도착해 권총을 꺼내 들었지만 곧바로 23m 떨어진 인접 건물 옆에 몸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출동한 경찰관들에게도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무전을 보냈고, 총격이 멈추고 다른 경찰관들이 건물 안으로 돌진한 뒤에도 40분 동안 다른 곳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그가 현장에 도착하고 총격이 끝난 4분 15초 사이 적극적인 대응을 했더라면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검찰 주장이었다.
반면 피터슨의 변호인은 “피터슨은 총알이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공격 현장인 학교 건물로 들어가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피터슨의 학교 폐쇄 조치 요청으로 추가 피해를 막았다는 논리도 펼쳤다. 그를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도 미비했다. 무죄 평결 후 피터슨은 “(이번 사건에서)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은 (총격범인 크루즈라는) 그 괴물뿐”이라며 “그 시점에 더 많은 정보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정보로 최선을 다했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총격 사건으로 3층에서 숨진 교사 스콧 베이겔의 어머니 린다 베이겔-슐만은 CNN 인터뷰에서 “(피터슨이) 무언가, 무엇이든 했다면 범인은 3층까지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는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도덕적 책임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파크랜드 사건 이후 초중고 캠퍼스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약 200건에 달한다고 CNN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