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달러대 코인 발행해 세계 최대 다이아 구매…사기 혐의로 피소
▶ SEC ‘헥스’ 코인 발행자 고발…투자금 1천200만 달러 사치품 유용
미국 금융당국이 1조원대 암호자산을 발행해 확보한 자금 중 일부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등 사치품을 구매한 사업가에 대해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리처드 하트(본명 리처드 슐러)와 그가 운영하는 사업체 3곳을 증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고 31일 밝혔다.
SEC가 동부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하트와 그가 운영한 사업체들은 헥스(Hex), 펄스체인, 펄스엑스 등 증권성 암호자산 3개를 증권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총 10억달러(1조2천700억원) 이상 무단으로 발행한 혐의를 받는다.
하트는 또 증권 발행으로 모은 자금 중 최소 1천200만 달러(1천500억원)를 유용해 초고가 사치품을 사는 데 사용하는 등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도 받는다.
SEC는 하트가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헥스 코인을 미등록 발행해 총 230만 ETH(이더리움)를 모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21년 7월부터 작년 3월까지 두 건의 미등록 코인을 추가로 발행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암호화폐 자산을 모은 것으로 파악했다.
하트는 헥스 코인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최초의 고수익 블록체인 예금증서(CD)라고 광고하며 38%에 달하는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투자자들을 꾄 것으로 SEC는 판단했다.
증권법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투자’라는 용어 대신 ‘희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SEC의 판단은 엄격했다.
비트코인처럼 증권에 속하지 않는 디지털자산은 증권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증권으로 판단되는 자산은 등록 및 투자자 보호 의무 등이 부여되며 법 위반 시 당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SEC 조사에서 하트와 그의 사업체 펄스체인은 미등록 코인 발행 등으로 모은 자금 중 최소 1천200만 달러를 스포츠카와 시계, 보석 등 사치품을 사는 데 지출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가 구매한 사치품 목록에는 무게 555캐럿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블랙 다이아몬드로 알려진 ‘디 이니그마'(The Enigma)도 포함됐다고 SEC는 전했다.
디 이니그마는 지난해 2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316만 파운드(약 52억원)에 팔려 화제를 모았는데 당시 낙찰자가 바로 하트였던 것이다.
SEC 포트워스 지역사무소의 에릭 워너 국장은 “하트는 투자자들에게 증권 등록에 실패한 미등록 암호자산 증권을 사라고 요구했다”며 “그런 뒤 투자자들을 속여 초고가 사치품을 사들이는 데 자산을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