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머스크 얼굴’ 로봇개 활보… 美 작가, 獨서 파격 전시회
이현주 기자
사족보행 로봇에 ‘실리콘 머리’ 얹은 형상
저커버그·워홀·피카소 등 얼굴도 등장해
작가 비플 “알고리즘이 세계관 형성” 비판

28일 독일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서 열린 미국인 예술가 비플의 설치 미술 전시회 ‘보통의 동물들’ 행사장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얼굴 형상을 한 로봇개가 돌아다니고 있다. 베를린=AP연합뉴스
미국의 한 예술가가 독일 베를린에서 ‘이색 로봇개 전시회’를 열어 관람객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를 비롯한 전 세계 유명인의 얼굴을 본떠 만든 실리콘 머리를 로봇개 몸통에 부착한 설치 미술품을 대거 전시한 것이다.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를 소유한 억만장자들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대중의 세계관을 손쉽게 형성하는 것을 비판하는 의미를 담았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 신(新)국립미술관에선 이날 미국인 작가 비플(본명 마이크 윈켈만)의 전시회 ‘보통의 동물들(Regular Animals)’이 개막했다. 정해진 구획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율주행 로봇개들이 주인공이다. 로봇개에는 머스크와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테크 기업 거물들의 얼굴 형상이 달려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앤디 워홀 △파블로 피카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다른 분야 유명인의 얼굴을 한 로봇개들도 등장했다. 심지어 비플 본인도 로봇개로 나왔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왼쪽)와 입체파 거장 파블로 피카소(오른쪽)의 얼굴 형상을 한 로봇개들이 독일 베를린 신국립미술관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다. 베를린=AP연합뉴스
이 로봇개들은 내장 카메라로 전시장 주변을 촬영한 뒤, 마치 개가 대변을 보듯 바닥에 출력된 이미지를 뿌린다. 이는 개별 로봇개가 상징하는 인물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반영한다. 예컨대 ‘피카소 로봇개’는 입체파 미술 스타일 이미지를, ‘워홀 로봇개’는 팝아트 스타일 이미지를 각각 출력하는 식이다. 미술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관찰, 소화, 배출로 이어지는 의도적이고 직설적인 시스템을 통해, 비플은 현대인의 인식이 알고리즘과 기술 플랫폼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비플은 ‘빅테크의 알고리즘’에 점점 지배되고 종속되는 현대인들의 삶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AP통신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예술가의 관점이 우리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며 “피카소의 화풍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꿨고, 워홀이 말한 소비지상주의와 팝 문화도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세계관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을지 결정하는 강력한 알고리즘을 소유한 테크 억만장자들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현주 기자memory@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