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다 스윈턴 “봉준호는 가족 같은 존재… 다음 주 서울서 재회”

칸=고경석 기자

제79회 칸영화제 ‘랑데부 위드 틸다 스윈턴’ 참석
봉준호 감독과 처음 만난 계기도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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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 ‘호프’를 비롯해 다수 작품이 초청되고 박찬욱 감독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제79회 칸국제영화제. K영화 향연으로도 반가운 세계 최고 영화제 현장에서 고경석 기자가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틸다 스윈턴이 21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9회 칸영화제 공식 프로그램인 ‘랑데부 위드 틸다 스윈턴’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994년 가장 친한 친구인 데릭 자먼 감독이 세상을 떠나고 배우로서 계속 활동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때 기적처럼 봉준호, 짐 자무시 같은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됐죠.”

스코틀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배우 틸다 스윈턴이 다시 한번 봉준호 감독과 친분을 과시했다. 21일(현지시간) 제79회 칸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팔레드페스티벌 내 브뉴엘극장에서 열린 ‘랑데부 위드 틸다 스윈턴’에서다. 스윈턴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며 봉 감독을 ‘가족’이라 불렀다. 그는 “자먼 감독을 잃은 뒤 가까이에서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을 봉준호, 짐 자무시, 루카 구아다니노 등과 계속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면서 “다음 주에 서울에서 봉 감독을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영화 ‘설국열차’ ‘옥자’를 함께했는데, 스윈턴은 이날 봉 감독과 만나는 구체적 사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봉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 ‘기생충’의 드라마판 주연 배우 물망에 오른 바 있으나 아직 공식 확정되지 않았다. 봉 감독은 이 작품을 직접 연출하는 대신 제작자로만 참여한다.

영화 ‘설국열차’. CJ ENM 제공

스윈턴은 봉 감독과의 인연도 칸영화제에서 시작됐다고 소개했다. 2011년 경쟁부문 초청작 ‘케빈에 대하여’ 주연 배우로 칸을 찾았던 그는 당시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이었던 봉 감독에게 자신이 머물던 호텔에서 조식을 함께하자고 연락했다고 한다. “지금 작업 중인 작품에는 어울리는 역할이 없다”던 봉 감독은 스윈턴과 이야기를 나누고 몇 주 뒤 “정장을 입은 온화한 성격의 남성인 메이슨 장관”을 언급했고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끝에 ‘설국열차’의 메이슨 장관이 탄생했다. 그는 “특정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배우도 있지만 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고 그다음이 대화인데 공통의 호기심에서 프로젝트가 출발하고 배역도 나온다”고 말했다.

작가를 꿈꾸다 자먼 감독의 ‘카라바지오’(1986)에 출연하며 영화에 처음 출연한 스윈턴은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어댑테이션’, 짐 자무시 감독의 ‘브로큰 플라워즈’,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 출연한 ‘콘스탄틴’, 판타지 영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의 작품에서 개성 강한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계적인 배우지만 그는 “한 번도 배우(actor)가 되려 하지 않았고 여전히 스스로를 연기자(performer)라고 생각한다”며 “대학에서 희곡을 쓰던 친구들과 만나 연기를 시작하며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윈턴은 봉 감독의 ‘옥자’를 비롯해 ‘케빈에 대하여’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등 20편에 가까운 공식 초청작으로 칸영화제에 참석했다. 2004년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당시 경쟁부문 상영작이었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심사위원 대상을 안겼다. 당시 황금종려상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에 돌아갔는데 심사위원단이 예술을 희생하고 정치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스윈턴은 “당시의 선택은 피난처로서의 영화를 위한 것이자 우리의 생각을 나누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영화를 위한 것이었다”면서 “당시의 결정을 지지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틸다 스윈턴이 21일 제7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영화 ‘라 볼라 네그라’ 레드 카펫 행사에 관객으로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화 관객 수 감소나 인공지능(AI)의 위협 등 최근 영화계가 겪고 있는 위기에 대해선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그는 “숫자에 집착하는 걸 멈춰야 한다”고 말하는 한편 “우리가 정형화된 공식에 의존해 진부하고 지루한 콘텐츠만 만들지 않는 한 AI는 승산이 없다”고 확신했다. “관객이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알 수 없도록 혼란스럽고 대담한 경험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스트리밍으로 인한 극장용 영화의 위축에 대해서도 “영화는 항상 변해왔고 과학 실험실 프로젝트 같은 실험적 매체였다”면서 “무성영화 시대에는 소리가, 흑백영화 시대에는 컬러가 위기를 불러왔듯 TV, 비디오, 스트리밍 등으로 위험 요소가 바뀌고 있지만 영화는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인간의 비즈니스이고 인간 그 자체”라면서 “인간은 유연하고 탄력적이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안전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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