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못 막은 美 건국 250주년 ‘슈퍼 주말’… 7,220만 역대급 휴가 행렬

샌프란시스코=박지연 특파원

250살 생일 맞은 미국 독립기념일
월드컵·스위프트 결혼 겹치며 ‘들썩’
40도 폭염에도 미 전역 축제 분위기

4일 미국 워싱턴 내셔널 몰에서 열린 “미국에 대한 경례”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은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미국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근처에 대형 성조기를 펼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은 4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 연휴, 40도를 웃도는 가마솥더위 속에서도 미국 전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휴가 행렬이 이어졌다. 250년 역사를 기리는 대규모 축제에 ‘2026 북중미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세기의 결혼식’까지 초대형 이벤트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미국 전체가 거대한 축제장으로 변했다.

이날 미국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 주요 도시의 거리에는 독립기념일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성조기를 몸에 두르거나 얼굴을 빨강·하양·파랑으로 물들인 인파가 거리를 메웠고, 곳곳에서 역사 재현 행사와 대규모 퍼레이드, 화려한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미국자동차협회(AAA)가 발표한 연휴 교통량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집에서 50마일(약 80㎞) 이상 이동하는 미국인은 약 7,22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연휴 당시의 이동 인구(7,180만 명)를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최근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고유가로 항공권과 기름값 등 여행 비용 부담이 커졌음에도, 건국 250주년이라는 역사적 상징성과 굵직한 문화·스포츠 행사가 폭발적인 이동 수요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40도 폭염도 막지 못했다”… 2주 전부터 달아오른 축제 열기

4일 미국 버지니아주 스톤턴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퍼레이드 중 한 참가자가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버지니아=로이터 연합뉴스

상당수 지역에서는 체감온도 43도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도 축제 열기가 식지 않았다. 250년 전 미국 독립선언문이 처음 낭독된 역사적 장소인 매사추세츠 보스턴의 ‘올드 스테이트 하우스’ 앞에는 섭씨 32도가 넘는 더위에도 수백 명이 운집해 독립선언문 낭독의 순간을 함께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도 폭염주의보가 무색하게 연례행사인 독립기념일 10㎞ 마라톤이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축제는 이미 수주 전부터 예열을 마친 상태였다. 미국 독립선언의 발상지인 필라델피아에서는 2주가 넘는 16일 동안 대규모 독립기념일 릴레이 축제가 펼쳐졌고,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드론 1,500대를 동원한 환상적인 야간 공중 쇼가 밤하늘을 장식했다.

다만 미 동부와 중부 지역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은 축제 일정에 일부 차질을 빚게 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40도를 웃도는 폭염 경보가 발령되면서 시민 안전을 위해 워싱턴DC와 필라델피아에서 예정됐던 야외 기념 퍼레이드가 취소됐다. 또한 ‘그레이트 아메리칸 스테이트 페어’ 개막이 연기됐으며, 국립기록보관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외부 행사도 실내로 축소 진행됐다. WP는 “독립선언문 낭독을 보기 위해 뙤약볕에서 몇 시간씩 기다렸던 시민들이 행사 축소에 분노와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월드컵·스위프트 결혼식 겹친 ‘슈퍼 주말’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미식프로풋볼(NFL) 선수 트래비스 켈시가 결혼식을 올린 장소로 알려진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 외부에 설치된 전광판에 3일 테일러 스위프트와 트래비스 켈시 이름 앞글자(T&T)와 이들의 결혼을 알리는 문구가 떠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올해 연휴가 ‘슈퍼 주말’로 불리는 이유는 250주년이라는 상징성뿐 아니라, 대형 이벤트가 한꺼번에 겹친 까닭이다. 건국 250주년 축제에 더해 북중미 전역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의 16강 토너먼트 열기가 절정에 달했다. 여기에 세계 최고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미 프로풋볼(NFL) 슈퍼스타 트래비스 켈시의 결혼식까지 같은 기간에 열리면서 뉴욕 일대는 축제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몰리면서 부유층의 전용기와 헬기 이용 수요도 폭증했다. 헬기 서비스 업체 블레이드의 롭 비젠털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이벤트가 겹친 이번 연휴의 엄청난 수요 폭발을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이라고 묘사했다. 전용기 업계 관계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까지 이동하는 8인승 전용기의 편도 전세 비용이 최대 5만 달러(약 7,650만 원)까지 치솟은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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