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캘리포니아서 화학물질 탱크 폭발 가능성…4만 명 대피
이정혁 기자
항공우주 부품 업체서 화학물질 사고
21일 가스 누출 후 폭발 직전까지 부풀어
캘리포니아주, 비상사태 선포·휴교령 발령

미국 캘리포니아주 가든그로브의 한 플라스틱 제조공장에서 23일 과열된 화학물질 저장 탱크를 냉각시키기 위해 소방당국이 물을 뿌리고 있다. 로이터=A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남부의 한 항공기용 플라스틱 공장에서 저장 탱크 과열로 인화성 화학물질이 유출되면서 주민 4만 명이 대피하는 등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미 소방당국이 탱크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폭발 가능성이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AP통신은 2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소방국이 가든그로브 소재 항공우주 부품기업 GKN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 사고의 확산 저지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소방국은 21일 공장에서 탱크 과열로 화학물질 증기가 일부 유출됐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사고가 발생한 탱크에는 플라스틱 제작에 사용되는 유독 화학물질인 메틸메타크릴레이트가 약 2만6,000리터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메틸메타크릴레이트는 인체에 노출될 경우 피부·눈 자극, 호흡곤란, 기침 등의 호흡기 문제나 무기력증, 현기증 등 신경과 증상을 유발한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물질의 발화점이 10도여서, 탱크 온도가 계속 높아질 경우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소방당국은 물을 뿌리는 등 온도를 낮추려 하고 있지만 소용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레이그 코비 오렌지카운티 소방대장은 이날 “유감스럽게도 탱크 내 온도가 약 32도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전날 오전 기록인 25도에서 7도나 상승한 것이다.
파이살 칸 텍사스 A&M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폭발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잔해가 다른 곳으로 흩날려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가 발생한 가든그로브는 로스앤젤레스로부터 남쪽으로 60㎞ 떨어져있으며, 디즈니랜드가 위치한 애너하임과 인접해있다. 공장 바로 옆은 주거지역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오렌지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가든그로브와 인접한 사이프러스, 애너하임 지역에 대피령을 발령했다. 대피 인원은 4만 명가량이며, 주민들은 인근 대피소에 수용됐다. 인근 학교에는 휴교령도 내려졌다.
소방당국은 탱크 파열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탱크가 파열돼 내용물이 쏟아지면, 화학 물질이 하수도로 흘러들 수 있다. 이럴 경우 강의 지류로 오염물이 유입되면서 부근의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코비 소방대장은 해당 물질이 배수구와 하천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래벽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퍼듀대학교 공과대학의 앤드루 휄턴 교수는 “현재로선 최선의 시나리오는 탱크가 화학물질을 지상으로 분출해서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미리 대비하게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 이정혁 기자dinner@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