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CC 해체’ 주장에… 최대 분담금 납부국 일본은 긴장

도쿄=류호 특파원

루비오 미 국무장관 ‘ICC 해체’ 발언에
日외무성 내부서 “미국이 일본 겨냥했나”
ICC 소장도 일본인 “미국이 서한 보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 미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공화당 상원의원 오찬 모임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해체’ 주장에 긴장한 모습이다. 일본이 ICC에서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내는 만큼, 정부 내부에선 “미국이 일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15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내부에서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ICC 해체 발언에 대해 “일본을 향한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 정부의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하고 동맹국과 협력해 ICC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발표한 영상 성명에서도 “형사재판소가 미국 군인이나 당국자를 겨냥하거나, 그 밖의 방식으로 미국 주권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체계적으로 무력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ICC에 불만을 표시한 것은 이전에도 수차례 있었지만, 해체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ICC는 전쟁범죄와 집단 학살 등 반인도주의적 범죄를 처벌하는 유일한 국제 상설 형사 법정으로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됐다. 현재 한국과 일본,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125개국이 가입해 있다. 반면 미국은 “ICC가 미국인을 기소해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로고가 지난해 12월 9일 네덜란드 헤이그 ICC 청사 창문에 비치고 있다. 헤이그=AP 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 ICC 간 갈등은 훨씬 커졌다. ICC가 2024년 11월 가자지구에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전쟁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듬해 2월 ICC 관계자에 대한 제재를 부과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ICC 관계자들에 대한 비자를 취소하고 입국 금지 등의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CC 자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이 경우 미국 금융기관과 통신 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지게 된다. ICC의 아카네 도모코 소장은 취재진에 미 법무부로부터 지난달 29일자로 ‘ICC는 미국인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이를 행사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부당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의 으름장에 긴장하는 이유는 ICC 회원국 중 최대 분담금을 납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ICC에 가입한 일본은 꾸준히 자국 출신 재판관을 배출해 왔고, 2024년에는 아카네 소장이 취임했다. 외무성 관계자는 아사히에 루비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 “기존보다 한층 강경한 내용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향후 미국의 대응을 지켜보고, 다른 회원국들과도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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