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잇장처럼 주저앉은 건물… 베네수엘라 호텔은 입구만 남았다

김민호 기자

강력한 지진 잇달아 도시 덮쳐
복층 건물 통째로 무너져 곳곳 참사
당국 “붕괴 우려, 집 밖으로 대피” 촉구

베네수엘라 지진 생존자를 찾는 구조대가 24일 카라카스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카라카스=AP 뉴시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가 비명과 흙먼지로 뒤덮였다. 연쇄 강진에 직격탄을 맞은 도심 곳곳에서 콘크리트 건물들이 종잇장처럼 무너져 내렸다. 구조대가 잔해에 깔린 조난자를 찾아 나섰지만 피해 지역이 광범위하다. 생존자 일부는 여진을 우려해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전날 오후 6시 4분쯤 규모 7.2·7.5의 연쇄 강진이 발생한 순간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속속 올라왔다. 영국 BBC방송이 공개한 영상에는 복층 건물이 서 있던 자리에서 먼지구름만 피어오르는 모습이 선명하다. 집이 요동치자 거실에 있던 촬영자가 “하느님”을 외치며 울부짖는 영상도 있다. 카라카스 주민 로베르토 가마스는 “건물이 좌우로 심하게 비현실적으로 흔들렸고, 흔들림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고 AP통신에 전했다.

특히 건물 붕괴가 피해를 키웠다. 카라카스 대도시권 차카오 자치구에서만 최소 2채가 완전히 붕괴됐다. 이 지역 주민 로돌포 페레스는 “할머니와 사촌이 갇혔는데 아무런 소식도 모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털어놨다. 피해가 가장 컸던 카라카스 북쪽 라과이라주(州)의 해안도시 마쿠토에선 대형 호텔 ‘에두아르 호텔’이 완전히 붕괴됐다. 미 CNN방송이 내보낸 영상에선 호텔 입구만 유일하게 남아 있었다. 카라카스로 통하는 관문으로 베네수엘라 최대 공항인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에서는 천장이 무너져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내달렸다. 당시 공항 주변을 지나던 운전자 하비에르 페레스는 “차가 지나갈 때 건물이 무너져 차가 거의 뒤집히려 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주민들이 지난 24일 갑작스레 발생한 지진에 놀라고 있다. 온라인 캡처

구조대가 24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카라카스=AP 뉴시스

AP·AFP통신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 9시간이 넘은 후에도 많은 주민들이 안전지대를 찾지 못하고 거리에서 불안해하고 있다. 여진이 우려되고 이미 약화된 구조물이 추가로 붕괴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건물 외벽이 무너져 실내가 그대로 외부에 노출된 한 아파트 주민 바바라 데 헤수스는 엑스(X)에 남편과 함께 간신히 아파트 바깥으로 대피했다며 “우리 건물 벽이 무너지는 장면을 봤다”고 밝혔다. 당국은 주민에게 집 밖으로 대피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주요 지역에 비상조직을 설치해 물과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휴교령을 선포해 일부 학교를 대피소로 전환하는 작업도 시작됐다.

베네수엘라 정부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혼란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AP는 전기와 통신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끊겼다고 보도했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천연가스 공급이 화재 예방을 위해 일시 중단됐다고 확인했다. 구조대가 야간까지 곳곳에서 맨손으로 잔해를 옮기며 조난자를 탐색하고 있지만 외신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서는 특수장비 등 중장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은 민심의 동요를 차단하는한편, 구급차 등 구조 차량에 길을 양보하는 등 구조 활동에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카베요 장관은 “일부 국민이 절망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도 “가장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규정된 절차에 따라 구호, 구조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