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폭탄에 러 장교 사망, 우크라 10대는 청부살해… 러·우 ‘암살 공작’ 격화

베를린=정승임 특파원

전쟁 길어지면서 공작으로 상대 압박
모스크바 외곽서 차량 테러로 장교 숨져
NYT “우크라군의 표적 암살로 추정”
러시아는 우크라 10대 여성 포섭해
우크라 군인 독극물로 청부살해 지시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발라시하시에서 발생한 차량 폭발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폭발물 테러로 폭발한 차량을 수습하고 있다. 운전자인 러시아군 장교는 사망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4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각각 ‘고위 장교 표적 암살’과 ‘10대 여성을 동원한 청부살해’로 공작을 강화하고 있다.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는 가운데 공작을 통해 상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모스크바 동부 외곽의 주택가에서 러시아군 고위 장교가 운전 중에 차량이 폭발하면서 현장에서 즉사했다. 러시아 당국은 희생자 신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사망자가 러시아군 미사일 및 포병 보급부 소속 장교라고 전했다. NYT는 “이번 사건 역시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벌인 러시아 고위 장교 표적 암살로 보인다”고 전했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 당시 병력과 장비 등 군사력에서 크게 밀렸던 우크라이나는 적군의 고위 인사를 표적 암살하는 방식으로 러시아군의 사기를 저하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굴욕을 안겼다. 실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장소도 1년여 전 우크라이나가 자행한 차량 폭탄 테러로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부 차장이었던 야로슬라프 모스칼리크 중장이 사망한 곳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총참모부 작전훈련국장인 파닐 사르바로프 중장이, 2024년 12월에는 핵∙화학무기 방어 부대 사령관이었던 이고르 키릴로프 장군이 이와 유사한 폭발물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키릴로프 장군의 죽음을 놓고 “우크라이나군의 심각한 실수”라며 정보기관 등에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러시아 군 당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고위 장교를 겨냥한 폭탄 테러를 벌일 러시아인을 모집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조국 배신 범죄 저지른 우크라인 1100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일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북유럽·발트 8개국(NB8) 총리 회의 후 기자회견에 응하고 있다. 탈린=EPA 연합뉴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10대 여성을 포섭해 청부살해를 지시하는 방식으로 조국을 등지게 만들고 있다. 지난 3일 러시아에 포섭된 17세 여성이 우크라이나 군인을 독살한 혐의로 체포된 것이 대표적이다. 해당 여성은 지난달 말 러시아 정보요원으로 추정되는 인사와 텔레그램으로 접촉한 뒤 마약성 진통제인 메타돈을 소포로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우크라이나 군인 휴대폰에서 정보를 빼내는 대가로 러시아 측으로부터 3,000달러(약 458만 원)를 받기로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경찰청장인 이반 비히프스키는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10대 여성에게 청부살해를 지시한 사례가 올해만 6건 있었으며 이 가운데 1건만 피해가 없었다고 밝혔다. 비히프스키 청장은 “러시아 모집책들이 텔레그램 등 메시지 플랫폼을 통해 10대 여성에게 접근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회유한 뒤 원격으로 행동을 지시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은 전쟁 발발 이후 조국을 배신해 방화, 테러 또는 사보타주(시설 기능마비)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우크라이나인이 1,1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는 21%였고 가장 어린 피의자는 11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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