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위한테 영토 팔지 마”…알바니아서 일주일째 시위

문재연 기자

‘플라밍고 혁명’ 명명
알바니, ‘5성급 호텔’ 규제서 제외
이방카 “섬에 매료돼 사업” 발언 논란
쿠슈너, 2024년 SNS에 사업 개념도 올려
검찰, 쿠슈너 파트너사 일부 자산 동결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추진하는 초호화 리조트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홍학(플라밍고) 모형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시위대는 생태 보호구역에서 진행되는 해당 개발 사업이 환경에 미칠 악영향과 불투명한 추진 과정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티라나=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알바니아에 추진하는 초호화 리조트 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알바니아 검찰은 사업 관련 토지 매입 절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 일부 자산을 동결했다.

“알바니아는 파는 게 아니다”…플라밍고 모형 들고 시위 나선 시민들

로이터통신과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수천 명의 알바니아 시민들이 남부 즈베르네츠에서부터 수도 티라나까지 거리로 나와 쿠슈너가 추진하는 대규모 리조트 사업에 반대하고 나섰다. 시위대는 7일 연속 분홍색 플라밍고 모형을 들고 거리에 나와 “알바니아는 파는 게 아니다” “혁명” “프로젝트 중단” 등의 구호를 외쳤다. 라마 총리 관저 앞에는 총리 사퇴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도 걸렸다. 현재 시민사회는 이 운동을 ‘플라밍고 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이날 경찰이 물대포를 동원하는 등 시위 해산에 물리력을 동원하기도 했다.

쿠슈너는 자신이 이끄는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를 통해 알바니아 공산정권 시절 군사기지였던 무인도 사잔섬과 인근 즈베르네츠 해안가를 초호화 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잔 섬 프로젝트에만 14억 유로(약 2조5,200억 원)가 투자될 예정이다.

에디 라마 총리가 이끄는 알바니아 정부는 외국 투자를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자연보호법까지 개정했다. 쿠슈너가 주도하는 사업에 ‘전략적 투자자’ 지위를 부여해 각종 인허가 절차도 신속 처리했다. 개정안은 자연보호 구역에서 “5성급 이상의 우수 건축물” 및 관련 숙박업 활동을 규제 대상에서 예외로 둔다. 라마 총리는 리조트 사업이 전체 40억 유로(약 7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리조트가 들어설 곳은 플라밍고, 물범, 바다거북 등의 산란지가 있는 습지 보호구역 일대다. 약 3,000마리의 플라밍고와 붉은 바다거북, 멸종위기종인 지중해몽크물범의 생태계가 위험해질 수 있다. 현지 환경단체 ‘알바니아 자연환경 보호 및 보전(PPNEA)’은 미 CBS뉴스에 “지난달 개발 지역에 중장비가 투입되면서 최소 한 곳의 바다거북 산란지가 파괴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방카 “우연히 섬 발견하고 매료돼 사업 추진”

드론으로 촬영한 알바니아 블로라 인근 즈베르네츠에서 시민들이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연관된 회사의 초호화 리조트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환경적으로 민감한 아드리아 해안 일대에 추진된다. 블로라=로이터 연합뉴스

법 개정 과정에서 의견 수렴 절차는 전무했다. PPNEA의 알렉산드르 트라이체 대표는 CBS에 “어떤 공청회도 없었다”며 “갑자기 밖에서 불도저가 진입해 길을 내고 나무를 베고, 모래언덕을 파괴하는 것을 보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쿠슈너의 배우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의 발언은 논란을 키웠다. 이방카는 최근 한 팟캐스트에서 남편과 함께 추진 중인 지중해 프로젝트를 언급하며, 친구들과 항해하던 중 우연히 그 섬을 “발견”했고 맨발로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 “매료됐다”고 말했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쿠슈너는 지난해 한 투자 서밋에서 2021년 알바니아 해안에서 요트를 타고 있을 때 라마 총리와 회동했고, 1년 뒤 투자 기회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쿠슈너는 2024년 알바니아 해안 프로젝트의 개념도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알바니아 검찰, 부패수사 착수…일부 자산 동결

시위가 격해지자 알바니아 검찰 당국은 이 사업과 관련한 토지 소유권 이전 및 보호구역 지정 변경 과정의 위법성 여부를 수사하고 나섰다. 알바니아 검찰은 즈베르네츠 해변 부지를 매입한 ‘알바니아 랜드 디벨로프먼트’를 상대로 예방적 자산 동결 조치를 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카타르 기업인 무타즈·라메즈 알카야트 형제가 소유한 곳이다. 알카야트 형제는 지난해 4월 쿠슈너·이방카와 합작 투자 관계를 맺고, 사잔 섬 리조트 사업을 공동으로 자금 조달·운영하기로 한 바 있다.

한편 어피니티 측은 자사가 개발을 추진하는 주체가 아니며, 투자자들이 “개인 자격”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거리를 뒀다. 쿠슈너와 이방카가 개인 자격으로 투자하고 있는 개발 사업이라는 것이다. 개발 주체인 ‘사잔 개발 유한책임회사(LLC)’의 애셔 아베세라 회장은 성명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관광지를 조성하고, 이 지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라마 총리는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폴리티코 유럽판 인터뷰에서 “외국인이 최우선 순위다. 외국인이 알바니아인들을 위해 국가에 돈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라며 2013년 취임 이래 국내총생산(GDP)이 3배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또 “쿠슈너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알바니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반대파”들이 시위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이터에 보낸 입장문에서도 “내가 있는 한 투자가 중단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en_US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