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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최우선, 이용당하지 않을 것”… 트럼프가 돌아왔다

취임사서 “쇠퇴 끝나고 다시 위대하게”
“국경 비상, 관세 부과” 행정명령 소개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돌아왔다. “미국을 먼저 챙기고 더는 이용당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집권 1기 때보다 더 강하게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선서를 하고 제47대 미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45대 대통령을 지낸 뒤 재선에 실패했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다시 출마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부터 표방해 오고 있는 미국우선주의를 재거론하는 것으로 이날 취임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나는 미국을 최우선순위에 둘 것이다.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 우리나라는 번영할 것이고 전 세계로부터 다시 존경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나라가 부러워하는 대상이 될 것이며, 단 하루도 (다른 나라에)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료와 더불어 교육을 국가 쇠락의 사례로 지목했다. “자녀들에게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고 우리나라를 미워하도록 가르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서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게 바뀌고 매우 빠르게 바뀔 것”이라며 “이 순간부터 미국의 쇠퇴는 끝났다”고 했다. 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선거 슬로건을 재차 부각했다.

자신의 취임식이 열린 이날을 “해방의 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 승리에 기여한 흑인과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을 상대로 “여러분이 투표로 사랑과 신뢰를 보여 줬다”며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유세 기간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었고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미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성경을 들고 있는 이는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미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성경을 들고 있는 이는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취임사에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행정명령들도 소개됐다. 우선 불법 이민자 유입 문제를 불러온 멕시코와의 남부 접경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남부 국경에 군대를 배치, 모든 불법 입국자를 구금하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이민자들이 소송으로 합법적 지위를 얻을 때까지 미국 대신 멕시코에 머물게 강제하는 ‘멕시코 잔류’ 정책을 다시 시행하겠다고 했다.

국경뿐 아니다.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도 이뤄진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기가 명분이다. 미국 영토 화석 에너지 시추를 독려해 세계에 수출하겠다고 했다. 또 “그린 뉴딜(친환경 경제성장 정책)을 끝내고 전기차 의무화를 철회해 자동차 산업을 살리고 위대한 미국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한 신성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의무화 철회는 전기차 구매 때 세액 공제를 해 주는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의 폐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보호무역 구상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즉각 미국 근로자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무역 시스템 점검을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 시민들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과 무관하게 실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고, 미국 정부 정책에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고 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를 구축하는 동시에 “피스메이커(평화조성자)이자 통합자”로서의 유산을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미국만)’으로 개칭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고, 파나마운하 반환 추진 방침도 재천명했다. 본인 임기 중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내 성조기를 꽂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영토 팽창주의를 시사하는 발언들이다. 로툰다에서 연설을 듣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자 전기차업체 테슬라 및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고 공동취재단이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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