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제한 동참하라”…트럼프, 동맹국에도 反이민정책 압박 논란
재외공관에 동맹국의 이민자 정책 보고 지시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거리 전봇대에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올 1월 출범 이후 대대적인 반(反)이민정책을 펼쳐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맹국에도 이민자 수용을 대폭 제한하라고 압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민자에게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경우 이를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등 타국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지난 21일 작성해 유럽,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주재 외교관들에게 지시한 외교 문서를 단독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NYT에 “해당 문서가 미국과 ‘서구 문명’을 공유하는 동맹국에 먼저 발송됐고, 라틴 아메리카 및 기타 지역에도 조만간 같은 내용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주재국에서 이민자의 범죄 행위 영향을 강조하며 더 강력한 입국 제한을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외교관들이 이민자 출신 인물 관련 폭력 범죄와 인권 침해 사례를 정기적으로 해당국 정부와 논의하고, 이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건들이 사회통합과 공공 안전을 광범위하게 해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라는 게 미 정부 측 주장이다.
이외에도 외교문서에선 외교관들이 이민자와 연관된 범죄 보고서를 국무부에 제출하도록 했다. 여기엔 해당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이민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고 자국민에게 불리한 정책을 시행하는지 등을 분석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국무부는 “이민자 범죄 관련 정책을 해결하고 개혁하기 위한 정부 및 이해당사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며, 국가 주권을 수호하고 지역사회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권’을 위해 이민자 수용을 줄이고 국경 강화를 요구하면서 오히려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려는 조치여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NYT는 평가했다. 타국 정부에 정치적, 이념적 정책을 강요하는 전례 없는 시도라는 것이다.
미 정부는 대규모 이민자 유입이 서구 문명 재건을 해친다는 이유로 이민 제한과 추방 강화 조치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자랑스러운 나라들은 그들의 공동체를 보호해야 하며, 다른 관습과 종교 등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사회가 압도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강경 반이민 정책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