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中 기술굴기 견제’ 美 AI 수출 프로그램 참여의사 표명

‘미국산 AI 컨소시엄’ 구성 준비 앞두고
美 정부에 “동맹 기업 참여 필수적” 의견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왼쪽 사진),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오른쪽). 뉴시스·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왼쪽 사진),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오른쪽). 뉴시스·연합뉴스

삼성과 SK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산 인공지능(AI) 수출 프로그램’에 동맹국 기업 참여를 적극 고려해 달라고 제안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중국의 AI 분야 ‘기술굴기’를 막기 위한 미국의 ‘견제구’ 중 하나로, 이번 제안이 실제 참여로 이어질 경우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미 양국 간 공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맹 기업 참여 막지 말아 달라”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AI 수출 프로그램’에 대한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번 의견서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이 행정명령에는 ‘적대국이 개발한 AI에 대한 국제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며 AI 운영을 위해 필요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모두 포함한 ‘풀스택(full-stack)’ 미국산 AI 수출 장려 프로그램을 시행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국가명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의견서에서 삼성전자는 “비록 미국 기업들이 (AI) 컨소시엄을 이끌겠지만,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한국과 같은 오랜 동맹국이나 삼성 같은 신뢰받는 기업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특히 하드웨어 측면에서 그렇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은 “외국 기업의 참여가 허용돼야 하고, (특히) 한국과 같은 동맹국 기업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며 프로그램이 “기술의 규모와 복잡성 탓에 가까운 미래에도 외국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썼다.

이튿날인 13일에는 SK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서를 냈다. SK 미국 법인 명의로 제출된 제안서에는 “많은 미국의 동맹국 기업들이 반도체, 첨단 패키징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동맹 국가 기업의 참여는 통합된 글로벌 AI 공급망의 현실을 반영하며 AI 스택에서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SK는 이미 기업들이 시장원리에 따라 AI 분야에서 ‘사실상의’ 컨소시엄을 구축·운영하고 있다며 상무부가 동맹국 참여를 막을 수 있는 배타적·공식적 컨소시엄 구성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금·규제 해제 등 지원… 中과의 마찰은 우려

두 기업의 의견서 제출로, 향후 두 기업이 미국 측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상무부는 향후 국무부·과학기술정책실 등 관계 부처와의 협의 아래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할 컨소시엄을 선정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에 따라 지정된 기업은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이나 규제 해제 등 정책 지원을 우선적으로 받게 된다. 선정 시 미국으로의 AI 관련 제품 수출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행정명령이 우회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중국과의 마찰도 우려된다. 행정명령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이 “미국의 수출 통제 체제, 해외투자 규제 및 최종 사용자 정책을 준수하고 상무부 산하 산업 안보국의 관련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담겨있다. 향후 참여 기업들이 중국과의 사업에서 부담으로 작용될 수도 있는 내용인 셈이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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