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격전지 ‘이오지마’, 일본 ‘중국 견제’ 발판 되나… 전투기 배치 등 추진
도쿄=류호 특파원
올해 이오토 항만 정비·활주로 조사
“경계 감시 구멍 그대로 둘 수 없어”
긴급 발진 증가로 중일 갈등 고조 우려

중국과 러시아 해군 군함이 2023년 8월 18일 태평양에서 합동 순찰을 벌이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일본이 태평양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려 이오토(硫黃島·이오지마)에 자위대 전투기를 상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4일 보도했다. 아울러 태평양 섬들로 방공식별구역(ADIZ)을 확대해 중국군에 대한 경계·감시도 강화한다. 도쿄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약 1,250㎞ 떨어진 이오토는 태평양 전쟁의 분기점이 된 ‘이오지마 전투’로 유명하다.
보도에 따르면 방위성은 새 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에 이오토 항만 정비와 활주로 강화 조사를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 4월 태평양방위구상실을 신설하고, 안보 관련 주요 문서에 태평양 방위 강화 방안을 담아 이오토 방위 기능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달 모양 구조물인 잔교 설치도 논의 중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 해병대 전투를 상징하는 ‘일본 이오지마 성조기 게양’ 사진. 미 국방부 제공
이오토를 비롯한 태평양 섬은 그동안 일본의 방위력 강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대만 유사시를 고려해 오키나와 등 남서 지역 방위 강화에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태평양 섬은 경계·감시의 공백 지역이 될 우려가 제기돼 왔다. 마침 중국군이 지난해 6월 항공모함 2척을 처음으로 태평양에 동시 전개하며 군사 활동 영역을 넓히자, 태평양 섬 방위력 강화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방위성 자문기구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 ‘태평양 측 방위 태세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 내부에선 이오토 방위력을 강화하면 전투기와 함정을 더 쉽게 파견할 수 있고, 미일 동맹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기대한다. 방위성 간부는 아사히에 “경계 감시의 구멍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경주=AP 뉴시스
오가사와라 제도 상공을 방공식별구역에 편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방공식별구역은 국제법상 영공과는 다르나 항공 위협을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 선이다. 일본은 영공 침범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항공기가 항공식별구역에 진입하면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켜 대응하는데, 태평양 섬들인 오가사와라 제도 상공도 긴급 발진 대응을 하려는 것이다. 일본의 현재 방공식별구역은 미군이 1950년대 설정한 것으로, 당시 오가사와라 제도 상공은 포함되지 않았다. 방위성은 과거 오가사와라 제도 상공을 방공식별구역에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지만, 남서 지역 방위 강화를 우선시했기에 보류했다.
그러나 방공식별구역에 편입할 경우 중일 간 군사 갈등이 첨예해질 수 있다는 건 우려할 부분이다. 아사히는 “방공식별구역 설정 후 중국군 항공기 움직임에 대응해 자위대 긴급 발진이 증가해 중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