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항복” “전략적 실패”… 美서 종전 합의 회의론 분출
CIA 국장·트럼프 측근까지 우려
전문가 “호르무즈·핵 문제 미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프랑스 에비앙레뱅에 도착해 취재진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에비앙레뱅=AP 연합뉴스
미국 조야에서 자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에 대한 회의론이 분출하고 있다. 개전 목표가 달성되지 못한 데다 이란의 비핵화 약속을 믿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란에 속았다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조차 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전날 고위 참모진 백악관 회의에서 미 정보기관들이 수집한 정보를 근거로 이란이 최종 합의에서 미국이 요구한 핵 관련 양보를 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도 랫클리프 국장을 편들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집권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이 총대를 멨다. 이날 엑스(X)를 통해 “합의에 대한 이란의 관점이 미국 협상팀의 주장과 다른 것 같아 걱정된다”며 이란과 최종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의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폭격, 봉쇄 등 대(對)이란 압박을 너무 쉽게 포기했다는 게 강경 우파 진영의 불만이다. 보수 논객 에릭 에릭슨은 이날 X에 “트럼프는 이란에 항복했다. 미국인들을 죽이는 이들이 이 합의를 좋아할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인물로 알려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은 이란이 약속을 이행한다면 3,000억 달러(약 455조 원)의 재건 기금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소개한 JD 밴스 부통령의 언론 인터뷰에 대해 “나치가 권력을 잡고 있는 독일에 재건하라고 마셜플랜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무능
야당과 싱크탱크,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無)전략’에 대한 지적이 많다. 척 슈머 민주당 연방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의 전쟁을 통해 우리가 실제 얻은 것은 무엇인가”라며 “이란 정권은 이전 정권보다 더 급진적이다. 호르무즈해협은 전쟁 시작 전보다 더 많은 이란의 통제하에 놓여 있다.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너무 비싸다”고 꼬집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이라크 이니셔티브 국장 빅토리아 테일러는 이번 합의가 “만약 미국이 전쟁 대신 외교를 골랐다면 얻을 수 있었던 결과보다 더 나은 게 아닐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애초 목표였던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이란 내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해 줬다고 짚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사설에서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 효과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선택은 전략적 실패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고유가를 견디기가 싫었을 뿐”이라고 WSJ는 질책했다.
- 워싱턴=권경성 특파원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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