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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우크라 나토 가입 준비 안돼”…젤렌스키 “종전 뒤 추진”

▶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行 바이든 “가입 투표 요구 시기상조”

▶ 재선 도전 ‘고령’ 지적에 “지혜도 함께 와…지금은 세상 변화 변곡점”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북미와 유럽의 정치·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것은 종전 이후에나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와 관련, 우크라이나가 아직 가입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난 이후에 유럽연합(EU) 및 나토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녹화 방송된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쟁이 한창인 지금 나토 회원국으로 편입할지에 대해 나토 내 만장일치 의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민주화와 일부 다른 이슈 등 충족해야 할 다른 필요 조건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자격을 갖추기 위한 합리적인 길을 우리가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날 유럽으로 향하기 직전에 공개됐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스웨덴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도 주요 현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위해 나토 가입 장벽을 완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나는 그 기준을 더 쉽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기준과 관련해 그는 “군사적 협력 능력에선 우크라이나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시스템이 안전한지, 부패하지는 않았는지, 나토의 다른 회원국들과 같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지 등의 쟁점이 있다”며 “그 기준을 충족할 것이고 충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자동이 아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방송에선 나토 회원국은 서로를 방어할 책임이 있는데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는 것은 나토가 러시아와 직접적인 전쟁을 벌이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ABC 방송에 출연, 전쟁이 끝나면 EU와 나토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린 이미 세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존중을 받는 나라가 됐고, 인간의 가치, 인권,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진정으로 싸우는 나라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며 “난 우크라이나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토 국가들의 소중한 파트너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전쟁이 끝나면 우린 EU 회원국이 되기 위해 법적 틀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난 이처럼 잠재력을 가진 나라가 단결에 중요하다고 보며, 더 중요한 것은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인 탓에 내년 재선 도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그들이 옳지도 틀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난 우리가 변곡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이가 들면서 함께 오는 한 가지가 있다고 본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았다면 그것(나이와 함께 오는 것)은 약간의 지혜”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세상에서 의미 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전환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언급한 뒤 “우리가 유럽에서 한 일들을 봐라.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느 때보다 통합돼 있다. 우리가 인도양과 남중국해에서 뭘 할 수 있었는지를 알 것”이라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결집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자신의 고령을 지적하는 이들의 주장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자신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80세로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다. 재선될 경우 두 번째 임기가 끝날 땐 86세가 된다.

최근 NBC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68%가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을 우려했고, USA투데이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층 및 무당층 유권자의 37%가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 때문에 그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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