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부부 공항 영접, 시진핑에 최고 예우… “북중관계는 제1전략”

베이징=이혜미 특파원

시진핑, 1박 2일 북한 국빈 방문 일정 시작
習 “북중관계 새 차원으로” 金 “제1전략 사업”
비핵화 언급 없이 북중 전략 소통·경제협력 강화
김일성광장 환영 행사서 예포 21발·의장대 사열

8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 행사에서 시진핑(앞줄 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앞줄 오른쪽)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망 캡처

북한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최고지도자 간 전략적 소통을 통해 북중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방북은 2019년 이후 7년 만으로,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는 공항 영접부터 김일성광장 환영식까지 직접 챙기며 극진한 예우를 보였다.

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후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이번 방문을 계기로 새 시대 중조(북중) 관계에 대한 최상위 설계와 전략적 지도를 강화하고, 중조 관계가 시대와 함께 발전해 더 큰 진전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지도자의 전략적 지도는 중조 관계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김 위원장과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유지해 중조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 역시 “시 주석이 올해 첫 해외 방문지로 평양을 찾은 것은 조중(북중) 관계에 대한 높은 중시와 우호적 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북중 관계 발전을 “국가의 가장 중대한 제1전략 사업”으로 삼겠다며 양국 관계를 “국가 간 관계의 모범으로 만들어 지역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공동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조선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시종일관 견지하고, 중국이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정책과 입장을 굳게 지지한다”고도 덧붙였다.

시 주석은 북중 관계 발전을 위한 네 가지 의견도 제시했다. 고위급 교류를 통해 정치적 상호 신뢰를 다지고, 양국의 발전 전략을 연계해 실무 협력을 확대하며, 전통 우호를 계승하고, 공정·정의를 바탕으로 전략 협력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는 특히 올해가 북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기념 활동을 성대하게 열고, 당과 외교·법 집행·군사 등 여러 분야와 각급에서 소통과 교류를 강화하자고도 강조했다.

시진핑(왼쪽 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평양=신화 뉴시스

경제협력도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시 주석은 국경 통상구의 전면 재개통과 민항기 운항 및 국제 여객열차 운행 재개를 계기로 인적 왕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예술, 관광, 체육, 언론, 청년, 지방 교류 확대도 제안했다. 또 중국이 북한과 발전 전략의 조율을 강화하고 경제무역, 농업, 건설, 과학기술, 의료보건 등 분야에서 실무 협력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전략 공조 메시지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중국 당과 정부가 중조 전통 우호를 중시하는 입장은 변하지 않고, 김 위원장이 이끄는 조선 사회주의 사업에 대한 확고한 지지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이 각자의 주권·안전·발전 이익을 지키고 지역 평화와 발전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 발표에서 비핵화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 주석이 방북에 앞서 이날 북한 노동신문에 실은 기고문에서도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이나 대화·협상 관련 표현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북한과 중국의 공식발표와 관영매체 보도에 비핵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이날 회담에서 중국 측에서는 무역사령탑인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거시경제 컨트롤타워 수장인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둥쥔 국방부장 등이 배석했다. 북한의 최대 현안인 경제 문제와 관련, 북중 경제 협력 뿐 아니라 국방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협력 확대를 모색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북측에서는 박태성 내각총리, 김재룡·리일환·김성남 당 비서와 최선희 외무상, 노광철 국방상 김덕훈 제1부총리 등이 배석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이 탑승한 전용기는 이날 낮 12시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시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는 전용기 문을 나와 계단을 내려왔고,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악수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공항에는 레드카펫이 깔렸고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가 나란히 걸렸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시진핑) 동지를 열렬히 환영합니다’ ‘조중 두 나라 인민들 사이의 불패의 친선단결 만세’ 등의 문구도 조선어(북한말)와 중국어로 내걸렸다. 레드카펫 양옆에는 북한군 의장대가 줄지어 섰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에는 펑 여사를 비롯해 비서실장 격인 최측근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판공청 주임, 외교 라인 수장인 왕이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등이 동행했다.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도 공항에 나와 시 주석을 맞았다.

8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 행사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중앙방송 캡처

시 주석은 의장 오토바이 행렬의 호위를 받으며 평양 시내 김일성광장으로 이동, 공식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광장에는 두 지도자의 대형 초상화와 ‘조중 친선은 영원하라’ 등의 표어가 걸렸다. 기마대와 군악대, 예포 21발, 북한군 의장대 사열 등 국빈 의전이 이어졌다. 의장대원들은 “습근평 동지의 건강을 기원합니다”라고 외쳤고, 이후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함께 분열식을 관람했다. 평양의 군중과 어린이들은 꽃과 풍선을 들며 시 주석을 환영했고, 두 사람은 레드카펫을 걸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다만 2019년 방문 당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무개차를 타고 진행했던 카퍼레이드는 없었다.

8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 행사에서 평양 시민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고 있다. 중국중앙방송 캡처

8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 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레드카펫을 걸어가고 있다. 신화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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