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 “H-1B 전문직비자 ’10억 달러’ 수수료는 위법” 판결

이정혁 기자

“의회 허가 없는 세금에 해당” 결정
백악관, 불복 의사 밝히며 항소 준비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주 테카테에서 4월 12일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카테=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H-1B 비자 신규 발급에 부과한 10만 달러(약 1억5,200만 원) 수수료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해당 수수료를 의회의 허가 없는 세금이라고 판단하고 무효화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연방지법은 8일(현지시간) 10만 달러 규모의 고액 비자 수수료는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재판을 진행한 리오 소로킨 판사는 판결문에서 “10만 달러 자금의 본질과 적용을 살펴볼 때 명칭에 상관없이 해당 자금은 세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세금 부과 권한을 가진 의회의 승인이 없었다며 미국 국무부와 이민국(USCIS)이 이를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해당 소송은 민주당 소속 주 법무장관 20명이 제기했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학위 소유자나 금융·의학 등 전문분야 지식을 갖추고 있는 이들을 상대로 발급되는 비자로, 연간 8만5,000건으로 최대 한도가 정해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포고를 통해 H-1B 비자가 “미국의 노동자를 보조하는 역할보다는 임금이 더 낮고 숙련도가 낮은 노동자를 들여오는 데 고의적으로 악용돼 왔다”고 주장하며 수수료를 기존 최소 1,000달러(약 152만 원)에서 100배인 10만 달러로 인상했다. 이후 신청이 대폭 위축되면서 수수료 인상 이후 10만 달러의 비자 수수료를 납부한 경우는 단 85건으로 줄어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 결정에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로이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이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모든 유형의 외국인 입국을 제한할 수 있다”며 수수료 인상을 “명확한 법적 권한의 행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결정이 향후 항소심에서 뒤집힐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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