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푸틴, 연료난 인정… 우크라 공습에 크림반도엔 ‘비상사태’ 선포

푸틴 “어려운 시기 지나고 있다”며
우크라 공습에 따른 연료부족 인정
국내 수요 충족 위해 휘발유 수출금지
26일 비상사태 선포한 크림반도에선
물자 보급로 막히고 현금인출도 불가능
지역경제 떠받치던 관광객도 끊겼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통합러시아당 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공습에 따른 연료 부족 사태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우크라이나가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에너지 기반시설을 집중 공격하면서 러시아 당국은 휘발유와 항공유 수출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크림반도는 26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집권 통합러시아당 행사 연설에서 “우리는 서방 엘리트들에게서 가혹하고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러시아는 강하고 독립적인 국가가 돼야만 존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를 거론하며 “그들은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표적 공격하고 우리나라 내에서 반란군을 모집해 사보타주(기능 마비)와 테러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최근 에너지난과 관련해 유관부처 장관들과 회의를 주재하며 “테러 공격이 평화로운 민간 시설과 인프라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연료 비축량이 전년 대비 약 4% 감소했다”며 “국내 수요를 우선시하기 위해 휘발유와 항공유 수출을 일시적으로 전면 금지했다”고 밝혔다.

9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심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번 총선 역시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의 정권 유지를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절차에 불과하지만, 민심이 동요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세에 고전하면서 한때 우군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도 우크라이나로 돌아섰다.

‘비상사태 선포’ 크림반도, 관광객도 끊겨

26일 크림반도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휴양도시 예프파토리야에서 구급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위기는 그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에서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24일 에너지 시설을 공습하면서 대규모 정전을 겪은 크림반도는 26일에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우크라이나가 드론 공격으로 물류망을 봉쇄하면서 러시아로부터 물자공급이 아예 차단된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새로운 전장으로 삼아 매일 수백 건의 드론 공격을 감행하면서 크림반도 주민들이 고난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잦은 정전으로 현금인출기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물 공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비상사태 선포로 상점은 오후 8시에 문을 닫고 주민들은 암시장에서 휘발유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크림반도 경제를 떠받치던 관광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여객선이 운항을 멈추고 기차 운행이 중단된 데 이어 주유소마저 문을 닫으면서 지난해 최소 700만 명에 달했던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기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크림반도를 찾았던 관광객들도 우크라이나의 공습에 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케르치 다리를 통해 대거 탈출했다. WSJ는 “푸틴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제국주의적 야망을 과시했던 크림반도의 상징성이 손상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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