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열렸다 닫힌 잠실 개표소… 투표함 빠져야 봉쇄도 끝난다

이상무 기자 외 3명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 한 달]
국조특위, 봉쇄 27일 만 첫 내부 진입
투표함 428개·투표지 247만 장 보관
시위대, 특위 경기장 진입 막으며 반발
투표함 강제 반출 시 대규모 충돌 우려
“미신고 집회 강제해산은 요건 불충족”
“투표함 보전·관리 방향 정해야” 지적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일 현장조사를 위해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에 방문한 가운데 시위대가 경기장 입구에서 부정선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시몬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일 경기장 내부에 진입해 개표소 현장검증을 실시했지만, 사태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결국 투표함이 옮겨져야 봉쇄 시위가 끝날 수 있는데, 시위대 반발 탓에 현재로선 물리력을 동원한 반출도 쉽지 않다. 투표지 보관·검증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도 들어갔지만, 투표함은 못 뺐다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이 2일 서울 올림픽공원 개표소 내부에서 투표함이 보관돼 있는 장소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조특위는 2일 경찰 협조 아래 경기장 안에 들어가 약 40분간 투표함 보관 상태 등을 확인했다. 경기장 문이 열린 건 지난달 5일 봉쇄 시작 이후 27일 만이다. 이곳에는 개표 완료된 투표지 보관상자 428개, 투표지 247만 장, 투표록 104부, 사전투표록 27부가 남아 있다.

현장검증 과정에선 보안 체계 허점도 발견됐다. 김용만 민주당 의원은 “투표함 보관 장소가 경기장 샤워실이라 폐쇄회로(CC)TV가 없다”며 “하루빨리 안정적인 장소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투표함 갯수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 전에 함부로 옮기로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외부 창문이 없고 잠금장치가 설치된 곳에 투표함을 보관하고 있으며 보안요원이 사무실 앞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특위는 투표함을 개봉하지는 않았고 어떤 물품도 반출하지 않은 채, 현장을 원형대로 보존한 뒤 출입문을 폐쇄했다. 대한체육회는 “특위 조사 이후에도 투표함 반출이 이뤄지지 않아 체육단체 업무 정상화가 미뤄졌다”며 유감을 표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시위대가 “부정선거” “수개표” 등을 외치며 거칠게 반발했다. 특위 방문을 막아야 하느냐를 두고 대립하던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장검증을 저지하려다 경찰을 폭행한 60대 남성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결국 특위 위원들이 돌아간 뒤 경기장은 다시 시위대에 둘러싸였다.

투표지 보관상자 428개, 반출 시 충돌 우려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현장 조사를 위해 2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 개표소를 방문하자, 시위 참가자들이 문 앞을 막아서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경기장 봉쇄는 지방선거 이틀 뒤,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함이 개표소로 이송되자 투표소를 점거했던 시위대가 개표소로 몰려가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부정선거’ 증거물인 투표함과 투표 관련 서류가 훼손·은폐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경기장 출입을 막았다.

지난달 16일에는 경기장에 입주한 체육단체들이 야당 의원들 중재로 사무실 진입을 시도했으나, 출입문을 움켜쥐고 버틴 여성 ‘한 명’에게 가로막혀 무산됐다. 올림픽공원을 담당하는 한 정보관은 “경기장 출입을 일부 정상화한다고 해도 시위대가 투표함 반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에서는 봉쇄의 근본 원인이 해소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경찰에 투표함과 선거 관련 물품을 송파구선관위로 옮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투표함이 송파구 전역에서 모인 것이라, 시위대를 뚫고 이송하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다. 한 정보 담당 경찰 관계자는 “투표함을 짧은 시간에 반출하기 어려운 만큼 경기장 안팎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대규모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투표함 이송 위한 사회적 합의 필요

국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현장 조사에 나선 2일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내부에 투표지 보관상자가 쌓여있다. 뉴스1

경찰이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기도 쉽지 않다. 집회시위법에 따르면 경찰은 미신고 집회에 자진해산을 요청하고 해산명령을 할 수 있으나, 대법원은 “미신고라는 사정만으로 해산명령을 할 수는 없으며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판단해 왔다.

경찰은 개표소 시위가 대법원이 요구하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올림픽공원에 배치된 한 형사는 “평일 낮에는 주로 고령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머무는 형태이고, 인원이 증가하는 주말 저녁에 폭행 등이 산발적으로 발생한다”며 “사건을 즉시 처리하면 위험도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은 개별 불법행위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달 29일 기준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은 58건, 수사 대상자는 139명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압수수색을 통해 투표함을 확보하는 시나리오도 언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조특위 활동과 특검 추진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최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투표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찰 관계자는 “투표함을 어떻게 보전·관리할지에 대한 큰 방향이 먼저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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