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실적에도 급락…외국인·레버리지에 휘청인 코스피

김민순 기자

차익실현 매물에 레버리지 리밸런싱 겹쳐
이례적 변동성에 WSJ ‘오징어게임’ 경고
구윤철 “우려 잘 알아…보완 방안 협의 중”
증권가, 하반기 코스피 변동성 지속 전망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395.02포인트(4.91%) 내린 7656.31에 마감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역대 최대 실적도 지속적으로 출하되는 매도 물량 앞에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 7일 코스피는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면서 8,000선 아래로 밀렸다. 외국인 매도세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비중 조정(리밸런싱) 등이 맞물리면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95.02포인트(4.91%) 내린 7,656.31로 장을 마쳤다. 프리마켓 장부터 약세였던 코스피는 이날 장 시작 이후 급격히 낙폭을 키우며 한때 7,389.22까지 떨어졌다. 오전에는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전 거래일 대비 5% 이상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정지)가 발동됐고, 오후에는 낙폭이 8%를 넘어서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전 종목 거래가 20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조9,299억 원, 3,108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런 매도세는 대형 반도체주를 넘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까지 번지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상승으로 출발했던 코스닥도 하락 전환해 결국 15.84포인트(1.87%) 밀린 831.23으로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는 이날 코스피 하락이 기술적 조정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만 89조4,000억 원에 달하는 역대급 영업이익을 발표하는 등 기업 실적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셀 온(Sell on·실적발표 후 차익실현 매도)’ 물량이 몰리면서 낙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반도체 랠리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데 따른 일종의 ‘실망 매물’이 출회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수요까지 더해지며 변동성을 증폭시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는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기 위해 장 마감 전 기초자산 비중을 조정하는 리밸런싱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하락하면 추가 매도하는 ‘숏 감마’ 구조가 형성돼 가격 변동폭을 키울 수 있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리밸런싱이 특정 시점에 집중되면 수급 이탈과 이상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실제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92%, 6.06% 하락하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은 12~14% 급락했다. 주가 변동이 반복될수록 누적 수익률이 악화되는 ‘음의 복리효과’까지 겹치면서 모든 단일종목 ETF 가격이 장중 상장가(2만 원)를 밑돌기도 했다.

시장 변동성도 이례적인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이날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올해 들어 여섯 번째로, 이 중 다섯 차례가 6월 이후 집중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에 지친 투자자들이 단순 수급 이슈로 주가가 빠지는 현상을 펀더멘털상 악재로 과잉해석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진단했다. 해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1년간 165% 급등한 한국 증시가 반도체 쏠림과 레버리지 투자 확산으로 ‘오징어 게임’ 같은 위험한 시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보완 방안을 찾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 레버리지 ETF가 주식시장 변동성을 많이 갖고 오고 있다는 우려는 잘 알고 있다”며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최소화할지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도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의 급등으로 외국인이 상반기에만 약 150조 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코스피 상승으로 높아진 보유 비중을 추가로 조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매도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오는 10일 예정된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미국 예탁증서를 뜻하는 ADR 형태로 나스닥에서 달러로 거래되는 구조) 이후 국내 시장 변동성이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준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로 유동성이 일부 분산되고 국내 SK하이닉스와 뉴욕 ADR 간 차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국내 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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