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장례식에 수백만 인파… “트럼프에 죽음을” “기획된 쇼”
하메네이 운구 트럭, 테헤란 한나절 서행
이란 시민들, 추모 함께 반미 구호 외쳐
“머지않아 미국과 이스라엘에 복수할 것”
西언론 “권력자가 의도한 정치 스펙터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운구 차량이 시민들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식이 도시를 바꿔가며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란의 수도 테헤란 거리에서 6일(현지시간) 진행된 운구 행사엔 수백만 명이 운집해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미국 등 서방 언론은 격앙된 현장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하메네이의 장례식이 ‘정교하게 기획된 정치 쇼’ 성격을 띠고 있다고 평가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메네이의 장례식이 7일 이란 중부의 종교도시 곰에서 나흘째 치러졌다. 앞서 전날 테헤란에서 진행된 하메네이의 ‘고별’ 운구 행사에는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이란 국기로 꾸며진 하메네이와 그의 가족 4명의 관은 아랍 문자로 장식된 대형 트럭에 실린 채 테헤란 시내를 관통하며 천천히 이동했다. 14개월 된 손녀 자라의 관은 매우 작았다. 이들의 관이 아자디 광장을 지나 메흐라바드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데까지 약 12시간이 소요됐다.
시민들은 하메네이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몰려나왔다. 그들은 트럭 쪽으로 손을 뻗거나, 스카프 등 물건을 관쪽으로 던지면서 하메네이를 추모했다. 이란 국영TV는 수㎞에 걸쳐 늘어선 인파를 중계했다. 이 매체는 “수백만 명의 인파가 모였다”며 “1989년 하메네이 전임자인 루홀라 호메이니의 장례식과 비슷한 규모”라고 전했다. AP도 “2020년 사망한 카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장례 행렬에 모인 100만 명이 넘는 인파보다 더 많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의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가 그려진 현수막을 든 채 이동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에 분노한 이란 시민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영어와 아랍어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죽음을 염원하는 현수막과 피켓을 들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 인형을 교수형에 처하거나, 그의 사진에 돌과 물을 던지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이란 시민 사하르 자라트가르는 AP통신에 “우리는 하메네이의 길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며 “모두는 주먹을 꽉 쥐고 그의 길을 따라갈 것이며, 머지않아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복수를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메네이의 관은 전날 늦게 곰으로 이동해 잠카란 모스크에 안치됐다. 이란 고위 성직자 중 한 명인 아야톨라 압돌라 자바디 아몰리는 이날 잠카란 모스크에서 기도회를 집전했고, 모스크 주변에도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장례식은 8일과 9일, 장소를 각각 이라크 시아파의 성지인 나자프·카르발라와 하메네이의 고향인 마슈하드로 옮겨 이어질 예정이다.
서방 언론은 이란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면서도, 이번 행사가 현 이란 지도부에 의해 정교하게 기획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동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장례식은) 하메네이의 세계관에 새 정당성을 부여하고 이란 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를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며 “이란의 동맹국과 적국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정교하게 기획된 행사”라고 짚었다. 영국 BBC방송은 “테헤란에서 진행된 사흘간의 공식 애도 기간은 지금 이란의 권력을 잡은 자들이 전 세계에 보여주고자 했던 정치적 쇼(political spectacle)”라고 평가했다.
- 최동순 기자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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