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과 휴전 끝났다고 봐”… ‘상선 공격’ 이란에 美 대규모 공습
김현빈 기자 외 1명
나토 정상회의 참석해 “협상은 계속하겠다”
호르무즈해협 인근 80곳 넘는 목표물 타격
이란, 바레인·쿠웨이트 미군 시설 보복 공격

6일 이란 테헤란 이슬람혁명광장에 운집한 추모객들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전 최고지도자 장례 행렬을 기다리고 있다. 테헤란=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임시 휴전 합의에 대해 “나로서는 끝났다고 본다(To me, I think it’s over)”라고 밝혔다. 이란과의 향후 협상이 “시간 낭비”라고도 말했다. 이 발언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상선 공격에 대응해 미국이 이란 해안 지역 80여 곳을 공습한 이후 나왔다.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후 유지돼 온 임시 평화 체제가 다시 위태로워진 모양새다.
미군 “민간 상선 공격에 대가 치를 것”… 이란 “미국이 위반”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이란과의 휴전이 끝났느냐’고 묻는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더 이상 그들(이란)과 엮이고 싶지 않다. 그들은 쓰레기(scum)”라며 이란을 거친 언어로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협상 대표들이 향후 이란과의 대화는 이어갈 수 있다면서도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국은 전날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을 공격한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란이 국제 해역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승선한 상선을 표적 삼아 공격한 데 대해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강력한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또 이란의 방공망과 지휘통제시설, 대함미사일 기지, 이란 소형 함정 60여 척 등을 포함해 80곳이 넘는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공습이 이란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큰 규모로 계획됐으며, 지난달 종전 합의 이후 실시된 다른 공격보다 4, 5배 더 광범위한 규모였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공습과 더불어 이란의 원유 판매를 허용했던 예외 조치도 철회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6월 2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회담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이란은 즉각 반격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8일 국영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바레인과 쿠웨이트에 있는 미군 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도 성명을 통해 “미군이 이란 남부 해안의 감시 및 정찰 센터 여러 곳을 군사적으로 침략했다”고 밝히고,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내 이란 통제권 침해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을 거론하면서 “이에 따라 휴전 협정의 핵심 조항들이 사실상 무력화됐다”고도 주장했다.
호르무즈 통제권 갈등에 종전 협상 틀 위태
최근 반복되는 이란의 상선 공격과 미국의 응징이 더 격화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란과의 임시 휴전 합의가 ‘끝났다’고 선언하면서 양국의 종전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안정되던 국제유가도 미군과 이란의 공습 및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후 다시 급등세로 돌아섰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중순 양국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푸는 것을 전제로 MOU를 맺고 60일간 후속 협상을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놓지 않기 위해 이란이 설정한 항로 밖으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공격을 가하면서, 미국과 이란이 상호 보복 공습을 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WSJ는 “이번 강경 대응은 이란이 계속 호르무즈해협에서의 통행료 부과를 기정사실화하며 자유로운 항행을 방해하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렸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