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서 40조 끌어모은 SK하이닉스…’반도체 슈퍼사이클’ 다시 달구나

홍인택 기자

공모가 149달러…국내 대비 2.9% 비싸
500곳 이상, 물량 7배 구매 의사 밝힌 탓
ADR 수수료는 스페이스X보단 높은 0.97%
‘코리아 디스카운트’ 국내 주식 기대도↑
하락 우려 여전, TSMC도 본주 저평가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공모가를 주당 149달러로 확정하고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한다.뉴스1

SK하이닉스가 웃돈을 얹은 가격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 기업 상장에 가격 프리미엄까지 붙으며 세계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이 증명된 셈이다. 주춤하던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의 나스닥 공모가가 149달러로 결정됐다고 10일 밝혔다. 공모가는 SK하이닉스의 한국 코스피 주가(9일 종가 기준)보다 2.92% 비싸게 매겨졌다. ADR 물량에 비해 미국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가 많았다는 의미다. ADR은 SK하이닉스가 새로 발행한 한국 주식을 미국 내 예탁기관에 담보로 잡고 미국 증시에서 주식과 동일한 효력으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증서다. 맡겨진 SK하이닉스 한국 주식 1개가 ADR 증권 10개로 발행된다. ADR 거래는 이날 밤 SK하이닉스의 타종(오프닝 벨) 행사와 함께 개시된다.

SK하이닉스는 ADR 상장을 통해 265억 달러(약 40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설비 투자를 위한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2014년 나스닥에 상장하며 조달한 250억 달러를 넘어서는 외국기업의 미국 최대 기업공개(IPO) 기록이기도 하다. 미국 기업의 IPO 기록을 따져봐도 857억 달러를 조달한 스페이스X에 이은 2위다.

유상증자에도 ‘프리미엄’ 형성

지난 5월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시세보다 높은 공모가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의 상승 여력을 그만큼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ADR 상장에 앞선 수요 조사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문의가 빗발쳤다. 500개가 넘는 투자사가 공급 물량의 7배에 달하는 구매 의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ADR 상장을 주관한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짭짤한 수수료를 받게 됐다. SK하이닉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ADR 인수 수수료는 3,888억여 원으로 총 공모금액의 0.97%다. 애초 외신에서 추정된 수수료율은 0.5% 수준이었는데 그보다는 높게 책정됐다. 스페이스X는 0.67%, 2014년 알리바바 IPO 때는 약 1.2% 수준의 수수료가 붙었다.

K반도체도 상승 모멘텀…’슈퍼사이클’ 이견도

9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치평동 광주청사 3층에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산업지원단’ 현판식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피크아웃(고점 이후 하락)’ 우려가 크던 국내 증시에도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상승 기류가 생겨났다. ADR 상장이 곧 한국 주식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며 한국 주식 시장의 저평가까지 해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SK하이닉스의 국내 주가는 같은 메모리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에 비해 예상 수익 대비 저평가됐다.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삼성전자 등 다른 반도체 기업들도 같이 재평가 기회를 얻게 된다.

다만 이 같은 희망적 시나리오만 있는 건 아니다. 메모리 기업들의 주 고객인 미국의 인공지능(AI)기업들이 재정 압박에 인프라 투자를 줄이는 동시에 메모리 공급량의 급증으로 호황이 조기 종료될 거란 우려도 증권가 일각에서 나온다. 또 ADR의 미국 내 프리미엄은 계속되지만, 국내 주식의 저평가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1997년 나스닥에 상장된 대만 TSMC의 경우 미국과 대만 증시의 가격 격차가 계속돼, 이날 기준 미국 ADR 가격이 대만 본주식 대비 16%가량 비싼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 UBS 등 일부 외국계 투자기관은 ADR에 지속적으로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며 SK하이닉스 한국 주식을 팔고 ADR을 매수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국내 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0.27% 하락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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