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누가 더 위대하냐고?… 존재만으로도 위대했던 ‘메·호 대전’ [GOAT 논쟁, 당신의 선택은?]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둔 6월 11일(현지시간) 인도 암리차르에서 한 화가가 리오넬 메시(왼쪽)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그린 대형 그림을 마무리하고 있다. 암리차르=AFP 연합뉴스

김진주 기자

<5> 축구의 신

펠레와 마라도나 시대가 저문 뒤 세계 축구는 오랫동안 두 이름으로 설명됐다. 리오넬 메시(38·인터 마이애미)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알 나스르). 20년 가까이 최고의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 두 전설은 ‘고트(GOAT·역대 최고 선수) 논쟁’을 하나의 축구 문화로 만들었다. 서로가 있었기에 더 높은 곳에 올랐고, 그렇게 세계 축구사에 또 한 번의 찬란한 역사를 남긴 두 사람.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메·호 대전’의 20년 라이벌 역사를 돌아봤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20년간 세계 축구 양분한 메시-호날두

메시와 호날두의 ‘라이벌 구도’가 본격화한 건 2008년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를 대표하던 호날두(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페인 라리가 최고의 스타 메시(당시 바르셀로나)가 처음으로 정면충돌했다. 승자는 호날두였다. 맨유를 결승으로 이끈 호날두는 첼시와의 결승에서도 골을 터뜨리며 우승을 차지했고, 그해 생애 첫 발롱도르까지 품에 안았다.

이듬해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라이벌 구도는 더욱 뜨거워졌다. 세계 최고 라이벌전인 ‘엘 클라시코’를 중심으로, 라리가, 챔피언스리그, 코파 델 레이(국왕컵), 스페인 슈퍼컵까지 다양한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두 슈퍼스타의 경쟁은 경기 결과만큼이나 득점과 기록 경쟁으로 이어졌고, 세계 축구 팬들은 이들의 경쟁을 ‘메·호 대전’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둘은 공식전에서만 총 36번 만났는데, 메시가 16승 11패로 근소하게 앞선다.

2018년 엘 클라시코에서 만난 리오넬 메시(왼쪽)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AP 연합뉴스

개인 기록도, 수상 이력도 ‘막상막하’

두 사람이 남긴 기록은 세계 축구 역사에서도 압도적이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만 공식전 672골을 터트려 단일 클럽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다. 2012년에는 한 해 공식전 91골을 몰아치며 단일 연도 공식전 최다 득점이라는 불멸의 기록도 남겼다.

호날두는 ‘득점의 역사’를 새로 썼다. 축구 역사상 최초로 공식전 900골을 돌파했고,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알 나스르 등 4개 클럽에서 모두 100골 이상을 넣은 최초의 선수이기도 하다. 또 7년 연속 공식전 50골 이상을 기록하며 꾸준함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둘은 같은 골잡이였지만 축구 스타일은 달랐다. 메시가 드리블과 창조성, 경기 조율 능력으로 공격 전체를 이끌었다면, 호날두는 압도적인 피지컬과 폭발적인 스피드, 공중볼 장악력, 양발 슈팅을 앞세워 가장 완성도 높은 득점 기계로 진화했다. 팬들이 ‘천재’와 ‘완성형’, ‘플레이메이커’와 ‘골게터’를 놓고 끝없이 비교한 이유다.

통산 성적도 막상막하였다. 호날두는 클럽 공식전 1,091경기에 출전해 824득점 262도움을 기록했고, 메시는 979경기에서 800득점 390도움을 올렸다. 로날드 쿠만 바르셀로나 전 감독이 “메시와 호날두 모두 믿기 어려울 만큼 훌륭한 선수이기 때문에 누가 더 뛰어난지에 대한 논쟁은 불필요하다”고 말한 이유다.

해마다 세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 역사도 두 사람이 함께 썼다. 2008~2017년까지 10년간 발롱도르는 오직 메시와 호날두의 차지였다. 두 선수는 각각 다섯 차례씩 상을 나눠 가졌고, 이후 메시가 세 차례 더 수상하면서 통산 최다인 8회 수상자가 됐다.

2023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맹과 알 나스르· 알 힐랄 연합팀의 친선경기에서 만난 리오넬 메시(앞)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야드=AP 연합뉴스

엇갈린 황혼기

오랫동안 어깨를 나란히 했던 두 전설의 희비는 황혼기 들어 엇갈리기 시작했다. 리그와 클럽에서는 수많은 우승컵을 나눠 가졌지만, 두 선수 모두에게 월드컵은 마지막 퍼즐이었다. 호날두는 2016 유럽축구선수권(유로)과 2019·2025 UEFA 네이션스리그 우승을, 메시가 2021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지만, 월드컵 정상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결정적인 차이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벌어졌다. 메시는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끌며 오랜 숙원을 풀었지만, 호날두는 8강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메시는 훗날 “월드컵 우승으로 커리어를 완성했다. 그 이상 바랄 것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카타르 월드컵 우승과 함께 고트 논쟁의 무게추도 메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그 격차를 더욱 벌리는 무대가 됐다. 호날두는 이번 대회에서 월드컵 사상 최초의 6개 대회 연속 득점과 토너먼트 최고령 득점(41세 147일)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그러나 조별리그 1차전과 16강에서 공격포인트를 하나도 올리지 못하며 8골로 대회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는 메시와 비교해 예전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커리어 마지막 퍼즐이었던 월드컵 우승 도전도 16강에서 막을 내렸고, 그는 경기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다만 호날두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후회는 없다”며 “월드컵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내가 더 크리스티아누가 되거나 덜 크리스티아누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반면 메시는 여전한 기량으로 아르헨티나를 8강까지 이끌며 월드컵 2연패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집트와의 16강전에서는 페널티킥을 실축하고도 곧바로 만회 골을 터뜨리며 월드컵 통산 최다 득점을 21골로 늘렸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리오넬 메시(왼쪽)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신화 로이터 연합뉴스

메·호 대전이 남긴 것

카타르 월드컵과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메시가 한발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타이틀을 한 사람에게만 돌리기엔 두 사람이 남긴 기록과 업적이 모두 압도적이다. 메·호 대전은 승패를 가리는 라이벌 구도를 넘어 세계 축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시대의 상징으로 보는 이유다. 호날두를 지도했던 조세 무리뉴 감독은 “메시와 호날두가 같은 시대에 등장한 것은 축구계에 큰 행운이었다”며 “그들은 서로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됐고, 최고가 되기 위한 기준을 높여놨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두 선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했다. 호날두는 2023년 마지막 메·호 대전을 치른 뒤 피어스 모건과의 인터뷰에서 “메시는 최고의 선수이고, 그의 플레이는 마법 같다”며 “16년 동안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함께했다. 그는 나에게 소중한 동료이고, 그를 정말 존경한다”고 말했다.

메시 또한 “경기장에서 호날두를 마주하면 특별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와 나는 서로를 더 나은 선수로 만들었다”거나 “호날두에 대해 많은 존경과 감탄을 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최고 수준에서 뛰고 있고, 그의 커리어는 정말 놀랍다”며 호날두를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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