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전환 참사’ 만든 투헬 감독에 케인도 등 돌렸다…”감독의 전술 실패가 패착” 비난 폭주

강은영 기자

케인 “그저 지키려고 급급했고, 참담하다”
댄 번 “이번 패배, 오랫동안 날 괴롭힐 것”
루니 “문제는 감독과 그의 결정…완전히 실패”
시어러 “너무 일찍 패를 내놔…역효과만”
하트 “리드하는데 수비…전 감독과 똑같아”

잉글랜드의 주장 해리 케인이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그저 지켜려고만 급급했다. 월드컵 무대에서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너무나 허탈하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33·바이에른 뮌헨)이 토마스 투헬 감독을 향해 작심발언을 했다. 한 골 리드하는 상황에서 ‘파이브백’을 꺼내들고 소극적으로 일관한 투헬 감독의 패착을 꼬집은 것이다. 잉글랜드 축구 레전드들도 1966년 이후 60년 만에 월드컵 결승전 도달을 눈앞에서 놓치자, 감독의 전술 실패 탓이라며 한목소리를 내는 등 투헬 감독을 향한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잉글랜드는 16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후반 10분 앤서니 고든(25·FC바르셀로나)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40분과 후반 추가시간 불과 7분 사이 두 골을 내주며 1-2로 역전패했다.

잉글랜드는 전반 강한 후방 압박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빌드업에 애를 먹이며 흔들었다. 전반 중반까지 통했다. 잉글랜드의 적극적인 압박은 아르헨티나 공격의 핵심인 리오넬 메시(39·인터 마이애미)에게 패스가 원활하게 가지 못하게 했다. 메시도 공을 잡으면 바로 패스해야 할 정도로 잉글랜드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 시달렸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후반 10분 고든의 선제골이 터지고 얼마 뒤 수비 라인을 내리고 골문을 지키는 전술로 변화를 줬다. 후반 27분 고든은 수비수 에즈리 콘사(29·애스턴 빌라)와 교체됐고, 수비수 댄 번(34·뉴캐슬)과 니코 오라일리(21·맨체스터 시티)가 교체 투입됐다. 골문을 단단히 걸어잠그기 위해 파이브백으로 아르헨티나에 맞섰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왼쪽)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잉글랜드와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1-2로 역전승한 뒤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을 위로하고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공격력을 강화했다. 수비수 니콜라스 타글리아피코(34·리옹)을 빼고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29·인터 밀란)을 투입했다. 그 결과 후반 40분 엔소 페르난데스가 메시의 왼발 패스를 받아 페널티아크 인근에서 중거리포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추가시간엔 메시가 문전의 마르티네스 머리에 정확하게 배달한 크로스가 극적 역전골로 완성됐다. 투헬 감독은 역전을 허용한 이후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29·맨체스타 유나이티드)와 아이반 토니(30·알 아흘리)를 투입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스포츠전문통계매체 옵타에 따르면 잉글랜드는 선제골 이후 볼 점유율이 단 12%에 그쳤다. 너무 이른 시간 한 골을 지키는 전술로 변화를 준 게 패착이었다. 그러기엔 아르헨티나의 공격력은 수준이 높았고, 이들에겐 ‘축구의 신’ 메시가 있었다.

잉글랜드의 허망한 참사에 레전드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웨인 루니는 “문제는 감독과 그의 결정에서 시작됐다.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세계 챔피언을 상대로 이런 식으로 넘어갈 수 없다. 우리는 완전히 무너졌다”고 투헬 감독의 전술을 비판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출신 앨런 시어러도 “투헬은 너무 일찍 자신의 패를 내놓았고, 그것은 역효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BBC 해설위원인 크리스 서튼도 “잉글랜드가 선제골을 넣고도 아르헨티나에 주도권을 넘겨준 건 투헬 감독의 전술적 실수”라며 “아르헨티나처럼 뛰어난 선수들을 상대로 30분 내내 수비만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서튼은 이어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그가 선수 교체를 했고, 수비적인 전술을 펼쳤다”고 덧붙였다.

잉글랜드의 주드 벨링엄이 주저앉아 있는 앤서니 고든을 위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감독이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잉글랜드와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 도중 심판에 항의하고 있다. 애틀랜타=AFP 연합뉴스

잉글랜드 대표팀 골키퍼 출신 조 하트 역시 투헬 감독을 겨냥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당황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쳤다”면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전 잉글랜드 감독이 중요한 경기에서 리드를 잡았을 때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 때문에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중요한 순간 그런 모습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수비수 출신 마이카 리차즈는 “나는 투헬을 좋아한고, 그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무대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투헬 감독의 수비적인 전술에 등을 돌렸다. 케인은 “정말 참담하다. 1-0으로 앞서가기 시작한 이후 그저 지키려는 데에만 급급했던 거 같다”며 “이 정도 수준의 무대에선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다들 정말 열심히 노력했기에 너무나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은 마지막 한 방울의 땀과 피, 눈물까지 쥐어짜며 모든 걸 바쳤다. 그런데 오늘처럼 아쉽게 무너져 버려서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고 아쉬워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댄 번은 “우리는 경기 계획을 잘 실행했지만 1-0으로 앞서 나갔는데, 그후 너무 소극적으로 변했다. 너무 많은 크로스와 찬스를 허용했다”며 “완전히 침담하다. 이번 패배는 오랫동안 나를 괴롭힐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정작 투헬 감독은 자신의 결정에 “후회가 없다”고 말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경기 후 잘못된 전술을 펼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아니다. 이것이 경기의 본질이다. 지면 비판받기 마련이며 이게 현실”이라며 “그 순간에는 후회가 없다. 팀원들은 최선을 다했고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다만 결승선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볼 점유를 되찾아오지 못했고, 크로스나 슈팅을 너무 많이 허용했다”면서 “안쪽 공간을 메우고 공중볼 싸움에서 강해지려고 파이브백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우리는 볼을 따내지도 지키지도 못했다”고 패배의 원인을 선수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오늘 경기는 정말 아깝게 끝났지만, 지금은 대회 전체를 분석할 시점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와 계약을 유지 중인 투헬 감독은 202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까지 대표팀을 이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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