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대선 앞두고 ‘강성 진보’로 기우나…당내 노선 투쟁 격화

김민호 기자

당내 선거에서 급진파 잇달아 당선
기존 지지자 이탈한다는 우려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재
중도파 단체 “전쟁 준비한다” 발언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토드 블랑시 법무장관 지명자에 대한 지명을 일시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버니 샌더스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사실상 내전에 돌입했다. 민주사회주의자(DSA) 등 강성 진보 세력이 당내 중간선거 후보 경선에서 잇달아 승리하자 당내 주류 중도파가 대대적 반격에 나선 것이다. 11월 중간선거 결과가 2028년 민주당 대선 후보를 배출할 세력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세력 싸움이 격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서둘러 중재할 정도로 파열음이 크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7일 미시간주(州)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무슬림이자 강성 진보성향으로 꼽히는 압둘 엘사예드에게 먼저 전화했다. 경쟁자에게 투표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앞으로도 당을 지지해 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엘사예드는 당 지도부가 지지한 중도파 헤일리 스티븐스 현직 연방 하원의원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지만 당은 경선 과열이 남긴 후유증을 겪고 있다.

사실 이번 경선은 민주당을 흔드는 노선 투쟁의 축소판이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엘사예드는 DSA를 자처하지 않았지만, DSA 측 지지를 받았다. 또 민주당이 조심스럽게 다루는 ‘보편적 의료 보장’,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 ‘선거 자금 개혁’ 등 급진적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가 역할을 폭넓게 인정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앞세우는 중도파로서는 경계할 수밖에 없다.

엘사예드가 9일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 “(당내 분열이) 우리가 공유하는 공통점에 비하면 훨씬 작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중도파의 불안은 깊어지고 있다. 급진파가 당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미국에도 독이 된다는 위기감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도파 단체 ‘서드 웨이’가 2028년까지 1,500만 달러를 들여 DSA 주장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조너선 카원 서드 웨이 회장이 “우리는 다가올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개 경고할 정도로 심리적 간극이 크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급진화하면 유동층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엘사예드가 과거 경찰 예산 삭감 주장을 지지해 논란이 됐다고 짚었다. 위스콘신주(州) 주지사에 도전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계 정치인 프란체스카 홍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잇달아 급진적 발언을 올렸다. 카원 회장은 “대선 시 경합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 극좌 후보들이 (당내 선거에서) 승리하는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NYT에 전했다.

미국 정가는 이미 2028년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 엘사예드와 홍 등 강성 진보 후보들이 중간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앞으로 DSA의 대부인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이 지지하는 인사가 다음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액시오스는 논평을 통해 “이것은 지난 10년간 민주당을 괴롭혀온 질문이다. 미국은 샌더스가 2016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제안했던 것처럼 완전한 좌경화 정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버락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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