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군함 2척 해외 건조 승인… 한화 수혜 가능성

美조선소 보유 업체 대상… 법 우회
美인력 훈련 조건… 투자 유인 의도
예산 책정 난관… 의회 설득이 관건

2026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 참가한 연합 해군 전력이 지난달 22일 미국 하와이 제도 북부에서 해상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해군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호위함 대전함, 상륙함 천자봉함을 파견했다. 미국 해군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해군 군함을 2척까지 해외에서 건조해도 된다고 승인했다. 미국에 조선소를 보유한 외국 업체가 대상이다. 한화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예산 책정 권한을 가진 미 연방의회를 트럼프 행정부가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불가피성 강조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투자한 외국 조선업체가 해당 업체 본국에서 건조한 군용 선박 최대 2척을 미 해군이 도입하는 방안을 3개월 내에 마련할 것을 국방부(전쟁부) 장관 등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한 각서에서 “위축된 조선 산업 기반과 부품 공급망 약화가 건조 지연과 비용 증가를 초래해 왔다. 전쟁부는 해양 산업 기반의 역량과 경쟁력을 회복하는 동시에 해군력을 증강해야 한다”며 해외 건조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각서에 따르면 대상은 미국에 새 조선소를 짓거나 기존 미 조선소의 소유권 또는 과반 지분을 확보한 외국 업체다. 현재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국내 기업은 2024년 미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뿐이다. HD현대와 삼성중공업도 미 조선소 투자·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격 외 조건도 까다롭다.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훈련해야 하고 △본국 조선소가 보유한 조선 기법과 기술을 미국 조선소에 이전해야 하며 △향후 선박 건조 및 유지·보수에는 미국 내 공급망을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초 2척 이후의 모든 선박은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해외 건조가 허용되는 군함은 △대(對)잠수함전, 수상전, 선단 호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상 전투함 △해상 혼재 화물 보급(CONSOL) 유조선 △경사로를 이용한 화물 선적 선박(로로선) 등 3종류로 제한됐다.

고용 타격 걱정

지난해 7월 1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한화필리십야드)의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행정부의 의지는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와 지난달 7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에서 거듭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국이 미 군함 10척을 빨리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지난달 21일엔 백악관이 미 해군의 수상 전투함 2척과 비전투 지원함 2척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 달라고 연방의회에 공식 요청했다.

문제는 법적 장벽과 의회의 반대다. 미국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은 자국 해군 함정의 외국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국가 안보 이익’을 명분으로 이를 우회할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 해안경비대의 중형 쇄빙선 조달 사업에 도입한 ‘핀란드 모델’이 이를 행사한 사례다. 초기 물량 4척은 기술력이 검증된 핀란드에서 건조하고 후속 물량 최대 7척은 미 조선소로 기술력을 이전해 소화하는 방식이다. 군함에도 이를 적용한다는 게 이번 각서 내용이다.

그런 만큼 실질적 난관은 예산이 배정될 수 있느냐다. 지난달 22일 연방 하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NDAA·국방예산법)은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전투함을 사는 데 해군 예산을 쓰지 못하도록 막았다. 연방 상원 군사위원회가 의결한 NDAA 초안은 아예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군함 해외 건조 금지를 피할 수 있는 대통령 권한을 삭제했다. 둘 다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전투함을 구매하는 데 예산을 쓰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다. 예산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업체와의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NDAA는 상·하원이 같은 안을 만들어 각각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에 조율이 필요하고, 통상 연말에 확정된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투함 해외 건조 허용에 따른 자국 내 일자리 감소 걱정은 초당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하반기 의회 지형을 집권 공화당에 불리하게 만들 수 있는 11월 중간선거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번 각서를 두고 “미 행정부가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을 위한 구체 조치를 지속 추진 중인 것으로 이해한다”며 “조선 분야 호혜적 협력에 대한 양국 정상 간 공감대가 있는 만큼 양국 간 협의를 통해 협력 방안을 계속 구체화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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